소셜 임팩트 기업으로 출발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번역 기술 기업이 이르면 내년을 목표로 기업 공개(IPO)에 나선다. 소셜 임팩트 분야에서 첫 일반 상장 사례가 나올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30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점자 번역에 인공지능(AI) 서비스를 도입한 센시는 국내 소셜 임팩트 분야에서 처음으로 주식 시장에 본상장을 추진한다. 지난해 ATP인베스트먼트, 한국투자증권 등에서 3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를 진행한 데 이어 이미 주관사 선정 작업을 마쳤다. 2022년 의료 소셜벤처 노을이 기술 특례 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진출한 적이 있지만 본상장은 국내 처음으로 꼽힌다.
서인식 센시 창업자 겸 대표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점자를 ‘옵션’으로 두고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누릴 수 있는 ‘포용성’의 관점으로 접근했더니 시장 자체가 커졌다”며 “현재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것은 센시의 시장 확장성이다. 애초에 타깃 고객이었던 시각 장애인을 넘어 비장애인이 함께 점자와 텍스트를 공유할 수 있게끔 점자 번역부터 인쇄 기술을 AI로 고도화한 것이다. 시장이 넓어지면서 지난 해 매출은 전년(144억원) 대비 100% 이상 증가해 300억원을 넘어섰다. 미국 시장에서 점자 책 한 권은 통상적으로 150~200달러 수준에서 가격이 책정되지만 센시는 자체 기술력으로 40달러까지 낮췄다. 특히 대학 수학 교재의 경우 번역하는 데 1년이 걸렸던 것을 반나절만에 번역할 수 있게 되면서 시각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같은 교재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서 대표는 “오는 6월에는 미국의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 스쿨 디스트릭트(교육구)에서 학생들의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센시의 디바이스와 학습 관리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라며 “미국 전역 9개 학군에서 테스트베드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각 장애인용 스마트패드 등 디바이스를 만드는 기업 ‘닷’ 역시 글로벌에서 꾸준히 매출을 늘리며 상장까지의 로드맵을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국내로는 30만명, 전세계적으로 3600만명 규모의 시각장애인 시장에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저시력 인구를 비롯해 전세계 15억명 이상의 장애인 인구와 노년층의 ‘배리어프리(장벽 제거)’를 달성하겠다는 목표가 뚜렷하다.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만들어 인프라 비즈니스로 확장하면서 스케일업 동력을 확보했다. 김주윤 닷 대표는 “시각 장애인 사이에서도 전세계적으로 점자 문맹률이 굉장히 높은 만큼 점자 외에도 이미지로 콘텐츠를 넓혀 후천적인 시각장애인도 ‘멀티 모달(두 가지 이상의 감각 활용)’ 형태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며 “장애 분야에서 규모 있게 문제를 풀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팩트 액셀러레이터 스타트업엑스(X)의 신유정 대표는 “소셜 임팩트 기업이 규모 있게 문제를 풀며 글로벌에서 매출을 일으키고 국내에 상장 사례까지 나오는 게 업계에 좋은 선례가 될 것”이라며 “소셜 임팩트 생태계에 대한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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