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관세 폭탄으로 금과 은이 주목 받은 데 이어 구리 가격도 급등하며 전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구리는 실제 산업용으로 많이 활용되는 원자재라는 점에서 금이나 은과 차이를 보인다.
런던 금속 거래소(LME)에서 구리 현물가격은 27일 기준 1톤당 9787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1월 2일 8685.5달러와 비교해 3개월 만에 12.7% 상승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공급망 패권을 쥐기 위해 관세 전쟁을 예고한 이후 구리값은 급등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월 25일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의 구리 수입에 대한 조사를 지시하면서 구리에 대한 관세 부과를 시사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미국 안으로 구리를 미리 들이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앞으로 몇 주 내에 10~15만 톤의 정제 구리가 미국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 경우 3월 구리 선적량은 2022년 1월의 역대 최고 선적 기록인 13만 6951톤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구리를 필요로 하는 산업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리는 전기·전자 제품, 건설, 산업 기계, 운송 장비, 소비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사용된다. 특히 생성형 AI 제공을 위한 데이터 센터에 필수적인 만큼 산업계에서 구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맥쿼리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전세계 데이터 센터에서 사용되는 구리는 33만~42만 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수치는 오픈AI가 주도하는 미국의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설립 '스타게이트 프로젝트'가 반영된 수치다.
전기차 산업에서도 구리는 필수재다. 모빌리티 시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친환경 전환을 고려하면 이에 따른 수요도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구리개발협회(CDA)에 따르면 전기차 한 대당 들어가는 구리는 평균 83kg으로 내연기관차(21.8kg)보다 약 4배 가량 많다.
전문가들은 구리 가격을 긍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에도 구리, 알루미늄 등 산업금속 투자에 대한 비중확대 전략이 유효하다"며 "전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인공지능 성장세 등이 산업금속 섹터의 장기 수요 낙관론을 주도해 온 가운데 타이트한 광산 공급 여건이 장기화되는 양상"고 했다. 이어 "트럼프 2기 관세 정책은 핵심 광물 내제화를 목표로 하는데 이 기간 불확실성 고조 속 미국 수입 확대와 LME 재고감소세가 예상된다"며 "올해 양회에서 제시된 중국 내수 부양책도 위안화 가치와 산업금속, 특히 구리 가격의 강세 전망을 뒷받침한다"고 내다봤다.
투자자들은 국내에 상장된 구리 선물 상장지수증권(ETN)이나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구리를 포트폴리오에 담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는 미래에셋자산운용 글로벌X의 구리광산 ETF(티커명:COPX)도 대표 상품으로 꼽힌다. 이밖에 구리를 제련·가공하는 LS(006260)일렉트릭, LS, 풍산(103140) 등 종목을 편입하기도 한다.
이종형 키움증권 연구원은 세계 최대 구리 생산 업체인 미국의 프리포트 맥모란을 소개했다. 이 연구원은 "프리포트 맥모란은 구리 매출 비중이 70% 이상으로 구리 가격 상승시 대표적인 수혜주"라며 "구리 가격 상승이 전망돼 이 회사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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