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어를 배우고 여러 도구의 사용법을 익혀 예술을 창조하고 도시를 건설한다. 이런 성취의 토대는 학습이다. 사람들은 오랫동안 인간만이 학습이 가능한 유일한 종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최근 연구들에 따르면 학습은 뇌가 있는 모든 동물, 심지어 아주 작은 곤충들에서도 관찰된다. 예컨대 1㎜ 크기의 예쁜 꼬마선충의 경우 먹이의 맛, 냄새, 온도를 학습함으로써 어떤 물질에 접근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또 독일 바퀴벌레는 언제든지 출발점을 기준으로 자기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몸에 지니고 시각적 단서까지 곧잘 활용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개코원숭이나 비둘기처럼 곤충보다 큰 동물들은 더욱 영특하다. 이들에게 컴퓨터로 영어 단어를 계속 보여줬더니 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데도 단어와 비 단어, 즉 말이 되는 단어와 그렇지 않은 단어를 구분해냈다고 한다.
감정은 어떨까. 프랑스의 작가 프랑수아 라블레는 ‘웃음은 인간 고유의 특성’이라고 했지만 연구에 따르면 몇몇 영장류는 자기들끼리 장난칠 때 입꼬리를 올려 ‘웃음’을 짓는다. 또 사람들은 생존이 아닌 이유로 타인을 공격하는 잔혹함은 인간만의 특성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침팬지도 단지 권력을 위해 동료를 살해하고 고양이는 즐겁기 위해 쥐의 목을 부러뜨린다.
심리학자이자 인문과학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이처럼 동물심리학, 동물행동학, 일반심리학 등을 통해 밝혀진 수많은 사례를 들어 ‘인간만이 특별하다는 착각’을 버릴 것을 강조한다. 물론 인간이 다른 동물 종과 구분되는 특성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차이는 우열의 문제가 아닌 말 그대로 차이이다. 예컨대 몇몇 동물도 의사 소통을 위해 인간의 언어와 유사한 기능을 가진 몸짓이나 노래 등을 한다. 다만 인간처럼 문학 작품을 창작하지는 않을 뿐이다. 또 어린이가 놀이를 통해 삶을 배우듯 어린 돌고래도 놀면서 사회적 규칙을 배우지만 서로 노는 방식이 다를 뿐이다.
책은 반려동물 ‘투톱’인 개와 고양이뿐 아니라 원숭이, 말, 곤충에 이르는 다양한 종을 언급하는데 동물 간에도 우열을 두는 인간 중심주의를 재고하기를 바라서다. 개·고양이까지는 ‘지능·감정이 있다’고 인정하지만 소·닭·말 등 가축은 다르다고 믿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저자는 동물권이란 “궁극적으로 종마다 다른 차이와 현실을 존중하는 것”이라며 “말을 소처럼, 소를 당나귀처럼, 개를 고양이처럼 대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2만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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