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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된 DMZ '희망의 씨앗' 싹 틔운다

◆최재은 개인전 '자연국가'

10년 걸친 DMZ프로젝트 최종장

누구나 '종자 볼' 기부 참여 가능

숲의 빛·소리 해석한 작품 '다채'

최재은 개인전 ‘자연국가’의 전시 전경. 사진 제공=국제갤러리




최재은, ‘새로운 유대(2025)’. 사진 제공=국제갤러리


전시장 곳곳에 배치된 말린 꽃과 식물 장식의 목재 병풍 너머 노트북 컴퓨터 한 대가 놓였다. 화면 속 단어 ‘자연국가’를 클릭하면 비무장지대(DMZ)의 파괴되고 헐벗은 땅을 푸른 숲으로 되돌리기 위한 ‘종자 볼(Seed bomb)’ 기부 참여를 독려하는 웹페이지에 접속된다. 관람객들은 설명을 읽고 DMZ 지도를 살펴보며 자신이 원하는 구역을 골라 종자 볼을 뿌릴 수 있다. 100원에 한 개가 기부되는 3~5cm 크기의 종자 볼은 생태계 복원에 반드시 필요한 식재들의 씨앗을 품고 드론에 실려 DMZ 곳곳에 뿌려질 예정이다. 충분히 많은 종자 볼이 뿌려져 자리를 잡고 싹을 틔우면 DMZ 내 파괴된 682개 구역, 합치면 총 204k㎡에 이르는 거대한 나지(裸地)가 푸른 숲으로 되살아날 수 있다.

관객의 참여까지 포함한 이 작품의 이름은 ‘새로운 유대’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K3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은 설치미술가 최재은이 10년에 걸쳐 이어온 ‘DMZ 프로젝트’의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단계이기도 하다. 작가는 2015년 ‘대지의 꿈’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들의 증오로 파괴된 전쟁의 공간인 DMZ에서 자라나는 자연의 생명력에 주목했다. 하지만 실제의 DMZ는 기대와 달리 파괴와 훼손이 심했고 작가를 생태 회복 프로젝트 ‘자연국가’로 이끌었다. 작가는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과 수년에 걸쳐 지역 생태 현황을 분석하고 필요한 수종을 선정하는 등의 체계적 연구를 끝낸 뒤 지뢰를 피해 숲을 복원할 ‘씨앗 폭탄’이라는 실천 방법까지 찾았다. 하지만 파괴 정도를 고려할 때 종자 볼은 어림해도 20억 개 이상이 필요하다. 전 지구적인 참여와 국경을 넘는 새로운 유대를 맺어야 한다는 고민이 작품을 탄생시켰다.

최재은 작가가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 '자연국가'의 새로운 유대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경미 기자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든 기부를 약속할 수 있지만 실제 기부는 환경이 마련됐을 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지금이야말로 우리 모두 곧장 숲 회복을 위해 실천해야 할 때”라며 참여 플랫폼적 성격을 띈 작품을 제작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어떠한 경계 없이 세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 70여 년 동안 정치적으로 파편화된 DMZ 일대가 궁극적으로 자연의 주권을 회복해 새로운 희망의 초석으로 거듭나기를 꿈꾼다”고 말했다.

최재은, ‘숲으로부터(2025)’. 캔버스에 흑연으로 적힌 ‘sarrr’는 늦가을 낙엽이 사르르 떨어지는 소리를 뜻한다. /사진 제공=국제갤러리


개인전 ‘자연국가’에서는 실천적인 예술을 넘어 작가의 오랜 관심사인 ‘숲’을 다채롭게 해석한 작품들도 여럿 공개된다. K2 1층으로 이어지는 전시에서는 매일 숲을 산책하는 작가의 일상이 반영된 ‘숲으로부터’ 회화 연작을 만날 수 있다. 일본 교토에 거주하고 있는 작가가 산책 중에 주워 모은 낙엽과 꽃잎이 캔버스를 칠한 분홍·황토·갈색의 안료가 됐다. 숲속을 거닐며 들었던 새소리와 바람소리도 음차해 흑연으로 적어 넣었다. 2층에서는 숲의 빛과 소리에 대한 작가의 해석이 텍스트, 조각,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펼쳐진다. 최재은이 직접 쓴 시 ‘나무의 독백(2025)’과 거대한 고목 밑동을 360도 회전해 보여주는 영상 작품 ‘플로우(Flows·2010)’ 등을 만날 수 있다. 5월 11일까지,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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