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정산 논란에 휩싸인 온라인 명품 플랫폼 ‘발란’이 입점사에 약속한 대금 정산 기일을 결국 지키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유동성 위기까지 겹치면서 결국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가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8일 최형록 발란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최근 정산 지연 문제로 인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을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이번주 안에 실행안을 확정하고 다음 주에는 여러분을 직접 찾아뵙고 그간의 경위와 향후 계획에 대해 투명하게 설명드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발란은 이달 24일 정산 지연 사태가 벌어진 후 이날 파트너사별 확정 금액과 지급 일정을 공유하겠다고 알렸지만 나흘 만에 등장한 대표는 정산 계획이 빠진 사과문만 발표한 셈이다.
최 대표는 “정산 문제 해소와 서비스 정상화를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외부 자금 유입을 포함한 구조적인 변화까지 다각도로 고민 중”이라며 “지난달 기업가치를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추고 경영권을 내려놓는 조건까지 감수하며 투자 유치를 진행한 것은 끝까지 플랫폼을 지켜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선택한 결정”이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e커머스 업계에서는 발란이 지난해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티메프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벤처 업계에 따르면 발란의 지난해 자본 총계(순자산)는 -180억 원으로 2년 연속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기록했다. 규모도 2023년(-77억 원)의 2배 이상 불어났다. 티몬과 위메프 역시 부채가 자산보다 큰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는 점에서 발란도 기업회생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편 피해 셀러들은 소송을 불사한 집단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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