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제품 수요 강세에 글로벌 D램 반도체 점유율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이 메모리 가격을 올렸다. 업계 1·2위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도 제품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메모리 업계 훈풍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7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 코르다노 마이크론 전 세계 영업 담당 부사장은 최근 유통·영업망 파트너에 서한을 보내 제품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마이크론은 구체적 가격 변화 공지를 별도로 전달했다. 코르다노 부사장은 “최근 메모리·스토리지 시장이 회복 조짐을 보이며 2025~2026년 성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마이크론은 다양한 사업 부문에서 예상치 못한 수요 증가를 경험하고 있다”며 “공급 팽창 상황에 대응해 가격을 인상한다”고 덧붙였다. 마이크론은 또 안정적인 제품 공급을 위해 장기 수요 예측에 만전을 기해달라고도 당부했다.
코르다노 부사장은 가격 책정 방식과 대해 AI 관련 서비스 등에 자사 제품이 필수적인 역량을 제공한다는 점과 업계를 선도하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개발하고 생산능력 유지를 위한 투자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론이 양해를 구하는 차원에서 합당한 이유를 찾아 제시했지만 결국 수요에 따라 가격을 올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마이크론에 앞서 이미 여러 메모리 기업이 가격 인상에 나섰다. 미국 샌디스크는 다음 달 1일부터 낸드 가격을 10% 이상 인상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YMTC의 소매 브랜드인 즈타이도 최근 유통 업체에 가격이 다음 달부터 최소 10% 상승할 것이라고 통보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범용 제품을 중심으로 메모리 가격이 하락 전환했지만 최근 들어 중국의 내수 진작 카드인 이구환신 정책과 AI 응용처 확대 등으로 수요가 다시 증가하자 업체들이 가격을 올린 것이다. 이를 반영해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D램과 낸드 가격이 올 1분기 하락 폭을 줄이고 2분기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제품별로 2분기 D램은 3~8%, 낸드는 0~5% 가격 상승을 전망했다.
지난해 9월 ‘반도체 산업에 겨울이 오고 있다’는 보고서로 부정적인 전망을 견지했던 모건스탠리는 이달 새 보고서를 통해 2분기부터 업계가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전반의 가격 인상 흐름에 발맞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연간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조만간 메모리 가격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중장기적으로 시장 분위기가 어떻게 갈지 모니터링하면서 고객 수요에 유동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시장 상승 흐름을 반영해 최근 삼성전자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 29조 4000억 원에서 40조 8000억 원으로, SK하이닉스의 경우 20조 6000억 원에서 29조 1000억 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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