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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반복한 SPC, 李대통령 송곳질문에 움직였다[송종호의 국정쏙쏙]

<65>SPC '8시간 초과 야근' 폐지

李‘산재 사망’ 삼립 시흥공장 찾아

근로 형태 등 날선 비판 쏟아내

'장시간·저임금’ 노동 문제제기

SPC, 10월부터 생산구조 개편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5일 경기 시흥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포켓몬빵’ ‘국진이빵’으로 유명한 기업이 있습니다. 파리바게뜨, 던킨도너츠, 배스킨라빈스 등 브랜드만 나열해도 국민기업 대열에 들어가는 곳. 바로 SPC입니다.

SPC그룹이 27일 생산직 야근을 8시간 이내로 제한해 장시간 야간 근로를 없애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경기 시흥시 SPC삼립(005610) 시화공장을 방문해 과도한 노동강도 문제를 지적한 지 이틀 만입니다. 대통령실은 브리핑을 통해 “대통령 당부에 대해 SPC가 변화로 답한 셈”이라고 말했지만 말 그대로 만시지탄입니다. 이처럼 빠르게 속도를 낼 일을 대통령 방문 전까지 시행되지 않았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프랜차이즈 제빵 매출 1위…유일 사망사고 기업


지난 2022년 10월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에 근로자가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여론은 악화했고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결국 대국민 사과로 고개를 숙이고 안전관리에 1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하지만 2023년 반죽기에 근로자가 또 끼어 사망했습니다. 프랜차이즈 제빵 매출 1위 기업이라는 위엄에도 불구하고 관련 기업 가운데 사망사고가 유일하게 빈번하게 일어나자 산재 예방조치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빗발쳤지만 SPC는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지난 5월 19일 새벽 3시경,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SPC삼립’ 시화공장에서 50대 여성 양 모 씨가 가동 중인 ‘냉각 컨베이어’ 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다시 발생했습니다. 이 뿐이 아니었습니다. SPC 계열로 확대하면 2022년부터 올해까지 산재 사망자는 6명에 달합니다. 최근 5년간 SPC 주요 계열사에서 발생한 산재 신청 건수는 약 1000건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李대통령 "나도 피해자..여전히 사고 많아”
주 4일 12시간 맞교대 가능한가"지적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이던 5월 SPC삼립 시화공장 사망 사고 발생 직후 대선 후보로서 "반복된 산재 사고의 구조적 원인을 명백히 규명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자신 역시 소년공 시절 야구 글러브 공장에서 일하다 프레스에 팔이 끼여 장애를 안고 있어서 일까요. 말로만 끝내지 않고 대통령 취임 두달도 되지 않은 지난 25일 직접 시화공장을 찾았습니다.

현장 간담회에서 이 대통령은 “알다시피 저도 노동자 출신이고 산재 피해자이기도 한데, 수십 년 세월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노동 현장에서 죽어가는 노동자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이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라고 하지만 (노동)현장만큼은 선진국같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산재 기업으로서 뚜렷한 대안과 사고 예방 메뉴얼을 제시해야 했던 자리였지만 SPC는 의례적인 보고를 준비했던 모양입니다. 당시 안전 강화 대책을 발표한 김범수 SPC삼립 대표이사는 “safety365, 안전의식 강화 교육, 노사 합동 점검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운영, 통렬한 반성” 등을 언급한 뒤 “SPC는 전면적인 시스템 재정비와 함께 안전과 생명을 최우선 가치로 하는 근본부터 바꾸어 나가겠습니다”라고 발표를 마쳤습니다.

사고 발생의 원인보고가 미흡하다고 판단했을까요. 이 대통령은 다른 기업의 사례 발표를 시작하려는 순간 이를 제지 한 뒤 “몇 가지 좀 물어볼까요”라는 한 마디로 의례적인 간담회를 ‘이재명스타일’의 토론회로 바꾸었습니다.

李대통령, SPC대표에 ‘송곳 질문’
“모르면 모른다고 하세요”


이 대통령은 SPC 김 대표로부터 당시 상황 설명을 들으며 조목조목 문제점을 지적하기 시작했습니다. 김 대표가 공장 근로자들이 3조 2교대로 근무하고 있다고 말하자 이 대통령은 “4일간 12시간씩? 3교대가 아니라 맞교대”라며 “밤 같을 때는 (근로자들이)졸리겠다”고 즉각 지적했습니다. 김 대표와 SPC관계자가 근로자 휴식시간 주기를 잘못 설명하자 이 대통령은 “왜 그렇게 이야기 하세요. 알지도 못하면서”라며 “모르면 모른다고 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이 대통령은 재차 근무시간과 임금 상황을 확인한 뒤 “12시간씩 일하면 힘들고 졸리고, 졸리면 당연히 쓰러지고 끼이는 사고가 날 수 있다”고 사고 원인을 ‘장시간·저임금’ 노동 구조에서 찾았습니다. 아래는 당일 이 대통령의 질문을 요약한 것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간담이 서늘했을 것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경기 시흥시 SPC 삼립 시화공장에서 열린 산업재해 근절 현장 노사간담회에서 SPC 삼립 직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이 대통령 왼쪽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연합뉴스


SPC삼립 시화공장 李대통령 주요발언


▲ 새벽 2시, 끼어서 사망한 거죠? 기계에 끼어서.

▲ 3교대가 아니라 맞교대네요?

▲ 노동 강도가 너무 세서 밤 같을 때는 졸릴 것 같네요?

▲ 4시간에 20분씩, 그렇게 얘기를 해 줘야지 1시간에 20분씩 쉰다고 그래요. 내가 이해가 안 돼서 그러지.

▲ 모르면 모르신다고 하셔도 돼요. 몇 시인지 물어보는 거예요.

▲ 22년 10월에도 또 끼어서 사망했는데, 그때는 몇 시였어요?

▲이게 두 번, 세 번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는 것은 내가 보기에는 일주일에 4일을 밤 7시부터 새벽 7시까지 풀로 12시간씩 사람이 일을 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저는 의문이 되는데, 이게 노동법상으로 허용되는 노동 형태입니까?




이 대통령은 이같이 노동강도에 대해 물은 뒤 허영인 SPC그룹 회장에게는 “경영 효율상으로 보면 12시간씩 일하면 8시간 외 4시간에 대해서는 150%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8시간씩 3교대를 시키는 게 임금 지급에서 더 효율적이지 않겠냐”며 “임금 총액이 너무 낮아서 8시간씩 일을 시키면 일 할 사람이 없는 것 아니냐”고묻기도 했습니다. 이에 허 회장은 노동 형태를 바꿔보겠다고 약속했는데 이틀 만에 제도 개선으로 이어진 것입니다.

SPC그룹은 그룹 계열사 대표이사 협의체인 ‘SPC 커미티’를 긴급 개최하고 생산 시스템을 전면 개편하기로 했습니다. SPC그룹은 8시간 초과 야근 폐지를 위해 인력을 확충하는 한편 생산 품목 및 생산량 조정, 라인 재편 등 전반적인 생산 구조 역시 완전히 바꾸기로 했습니다. 근로자 3명이 사망하도록 꿈쩍하지 않았던 생산 시스템이 이 대통령의 송곳질문 이틀 만에 속도감 있게 해결됐습니다. 이번 조치는 10월 1일부터 전면 시행될 예정입니다.

李대통령 "300만원 월급, 노동자 목숨값 아니다"


간담회 당일 이 대통령 발언을 한번 더 옮깁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마무리 발언에서 “삼립은 저희 형님이 일하던 인연이 있다”며 “심야에 대체적으로 (사고가)발생하고 12시간씩 4일을 일하다 보면 심야 시간이 힘들다. 결과적으로 노동자들의 부주의 탓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사망 사고는)노동자들이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인다”며 “우리가 돈을 벌기 위해 일하고, 돈을 벌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세상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생명과 안전이 중요하다. 월급 300만 원 받는 노동자라고 해서 목숨값이 300만 원은 아니다”고 강조했습니다.



꿈쩍않던 SPC, 李대통령 한마디에 “초과야근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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