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력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5일(현지시간)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비보를 전하면서 삼성전자가 최근 직면하고 있는 경영 여건 악화 상황을 집중 조명했다.
WSJ는 이날 서울발 기사에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소비자 자전 부문을 이끌어온 “공동대표의 별세로 삼성전자의 ‘위기’ 상황이 악화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우선 삼성전자가 AI 칩 경쟁에서 뒤처진 상황이라며 “테크 업계에 인공지능(AI)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최근 몇 년 새 어려움을 겪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특히 신문은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를 앞질러 엔비디아의 초기 공급업체가 됐고, 애플은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삼성전자를 제치고 스마트폰 출하량 1위를 차지했으며, TSMC는 첨단 칩 제조 분야에서 우위를 확장하고 있다”라고 삼성이 직면한 경쟁 환경을 짚었다.
아울러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시절 삼성전자는 반도체법 보조금 정책에 힘입어 미 텍사스에 수백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시설 투자 계획을 발표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 정책을 철회하며 이러한 베팅은 이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오는 2030년까지 텍사스주 반도체 생산시설에 총 약 450억 달러(약 66조 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법에 의거 삼성전자에 총 64억 달러의 보조금을 제공하겠다고 밝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 바이든 행정부 시절 만들어진 반도체법을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중국의 SMIC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서 세계 3위에 오르며 2위인 삼성전자를 턱밑까지 따라온 가운데 삼성전자는 중국 반도체 업계의 도약에도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WSJ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임원들에게 “삼성은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했다”라고 한 발언을 소개하며 이 같은 메시지가 작금의 삼성전자를 둘러싼 경영 상황을 강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 시장조사업체 시노(CINNO) 리서치의 리우위시 선임 애널리스트는 이 회장의 발언을 두고 “즉각적인 생존 위협에 직면했다기보다는 내부적인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하면서 삼성전자가 여전히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핵심기술에 투자할 수 있는 재정적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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