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할 때는 음악이 평소보다 희미하게 들리거나 누군가 불러도 잘 알아채지 못하곤 한다. 달릴 때는 우리 뇌가 청각보다 시각 정보를 우선적으로 처리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뇌가 같은 감각 정보라도 상황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는 원리를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이승희 시냅스뇌질환연구단 부연구단장 연구팀이 동물실험을 통해 뇌가 행동 상태에 따라 감각 정보를 다르게 통합하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팀은 쥐가 달릴 때는 시각 정보, 가만히 있을 때는 청각 정보를 우선 처리해 감각 정보를 효과적으로 통합하는 과정에 대해 행동 상태에 따라 변화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7일 게재됐다.
인간은 시각과 청각 정보를 동시에 받아들여 주변 상황을 인식한다. 하지만 여러 감각을 어떻게 결합해 인식하는지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자폐스펙트럼장애·조현병 같은 감각 처리 장애를 겪는 사람은 이 같은 감각 통합 능력이 저하된다. 치료를 위해서는 감각 정보가 뇌에서 통합되는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약물 주입과 광유전학 실험을 진행해 후두정피질이 시각 정보 처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 영역이 비활성화되면 청각 정보를 우선적으로 처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쥐가 달리거나 가만히 있을 때 이 영역의 활성화 여부가 달라졌다.
이 부연구단장은 “이번 연구는 감각 정보가 뇌에서 처리될 때 개별 감각 자체는 안정적으로 유지되지만 이를 통합하는 방식은 행동 상태에 따라 유연하게 조절됨을 밝힌 중요한 발견”이라며 “앞으로 감각 처리 장애 치료를 목표로 하는 특정 뇌 신경 회로의 작동 방식을 제시하는 데 기초적인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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