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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괜찮나…시장 예상치 반토막에 상장 추진 ‘이변’

롯데글로벌로지스 상장 추진

시장 예상치 1조 한참 밑도는

5000억 원에 IPO작업 돌입

"상장 추진 변수 최소화 목적"

사진 제공=롯데글로벌로지스




코스피 상장을 도전하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기업공개(IPO)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이번 IPO로 조달하는 금액은 약 2000억 원이고 상장 예정일은 5월 21일이다. 시가총액은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5000억 원 수준으로 책정했다. 공모가 범위가 예상보다 낮아지면서 과거 재무적투자자(FI)와 맺은 풋옵션 계약에 따라 롯데그룹 계열사가 FI 측에 지급해야 하는 금액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4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IPO 후반부 절차에 들어섰다. 공모가 희망 범위(밴드)를 1만 1500~1만 3500원으로 설정해 예상 시가총액은 4789억~5622억 원, 공모 금액은 1710억~2017억 원이다. 수요예측은 4월 24~30일, 일반청약은 5월 12~13일로 예정돼 있고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정일은 5월 21일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상장대표주관사는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며 공동 주관사는 KB증권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과거 FI와 맺은 풋옵션 계약 때문에 1조 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목표로 상장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롯데지주 등 롯데그룹 계열사는 2017년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에이치 PE로부터 2860억 원을 투자받는 과정에서 풋옵션 계약을 맺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풋옵션 행사가격(3만 7337원)보다 낮은 공모가에 IPO를 하면 연 복리 이자를 감안한 차액을 롯데에서 보전해준다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모가가 낮아질수록 보전 비용이 높아지는 구조여서 이번 공모 밴드에 따라 롯데 측은 1000억~2000억 원 가량을 지급해야 할 수 있다.



왜 기업가치 낮췄나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약 5000억 원의 가치로 IPO에 나선 배경에는 롯데그룹 차원의 강력한 상장 완주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FI와의 계약에 따라 올 상반기 내 상장을 마쳐야 하는데 가치 평가를 공격적으로 할 경우 증권신고서 심사 과정에서 변수가 생길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FI와의 풋옵션 계약에 따라 공모가가 낮아질수록 차액 보전을 많이 해줘야 하는 만큼 할인율은 최소화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기업가치 산정에서 비교적 낮은 ‘EV/EBITDA’ 배수를 가진 국내 기업만을 비교군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몸값을 낮추고 변수를 최소화했다. EV/EBITDA는 기업가치(EV)를 상각전영업이익(EBITDA)으로 나눈 값으로 물류·택배업과 같이 대형 시설 운영에 따른 감가상각비가 대규모로 발생하는 산업에서 주로 활용하는 가치 산정 방법이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가치 산정을 위해 비교군으로 삼은 CJ대한통운과 한진의 EV/EBITDA 배수는 각각 4.67배와 8.13배로 이들의 평균값은 6.40배다.

이보다 높은 EV/EBITDA 배수를 가진 미국 UPS 등 해외 기업은 비교군에서 아예 제외했다.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전세계 해외 물류·택배 기업의 EV/EBITDA 배수 평균은 8.8배이고 UPS(10.1배), DSV(19.8배) 등은 이보다 높은 배수를 가지고 있다. 비교 대상 선정에 따라서는 보다 높은 배수를 가지고 희망 공모가 범위(밴드)를 높일 수 있었던 것이다. 2021년 상장 당시 4개의 해외 기업만을 비교대상으로 삼은 카카오뱅크 등 사례가 다수 있어 내수 기업이어도 비교군으로 해외 기업을 선정하는 일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롯데그룹은 해외 기업을 비교군으로 선정했을 때 심사 당국에서 제동을 걸 가능성을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상장 추진 기업이 증권신고서를 금융위원회에 제출하면 금융감독원이 이를 심사해 정정 요구를 할 수 있는데, 해외 기업을 다수 비교군에 포함시켰을 때는 국내외 시장 간 차이를 근거로 정정 요구가 있을 수 있고 이에 따른 일정 지연 가능성이 커진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임원은 “그룹 차원의 강력한 상장 완주 의지가 있었다”며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UPS 등을 비교군에서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롯데 측이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공모가를 무작정 낮추려 한 것은 아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비교 기업의 EV/EBITDA 배수 평균값인 6.40배에 자체 EV와 EBITDA를 대입해 주당 평가가액을 산출한 후 이를 15.55~24.65% 할인했는데, 이는 최근 약 2년 동안의 코스피 상장사 할인율 평균인 17.7~30.5%와 비교해 낮다. 비교군 선정은 심사 당국의 정정 요구 가능성을 감안해 보수적으로 하되 할인은 적게 해 가능한 제값을 받으려 한 시도로 보인다. 롯데 주요 계열사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공모가가 낮아질수록 FI에게 더 높은 금액을 보전을 해줘야 하는 계약에 묶여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CJ대한통운에 이은 국내 2위 물류·택배 사업자다. 지난해 연결 기준 3조 5733억 원의 매출과 902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이번 조달 자금을 수소화물차 전환, 수소 충전소 구축, 배터리 물류 생태계 조성 등 고부가가치 산업 진출을 위해 사용할 계획이다.

강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는 “유가증권 시장 상장을 통해 글로벌 물류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상장을 통해 확보하게 될 자금으로 물류 인프라를 고도화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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