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 방식 결정이 또 미뤄졌다. HD현대중공업(329180)과 한화오션(042660)이 첨예한 수주 전쟁을 이어가면서 사업 방식을 결정해야 할 방위사업청 내부에서도 의견이 계속 엇갈린 결과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이 KDDX 사업자 선정에도 영향을 줬다는 관측까지 제기되며 ‘8조 K구축함’ 사업이 계속 연기되며 해군 전력 강화 역시 끝없이 미뤄지는 형국이다.
조용진 방사청 대변인은 25일 국방부 정례브리핑에서 “KDDX 사업 방식에 대한 위원들의 의견 차이가 너무 커서 27일 열려고 했던 사업분과위원회를 취소했다” 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함정 업계간 상생협력 방안을 추가로 보완해 논의한 후 (두 달 뒤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방사청은 27일 예정이던 분과위 취소로 내달 2일 개최 예정이던 방추위 안건 상정조차 무산되면서 5월 초 방추위에서는 사업 방식을 최종 결론 내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17일에도 방사청은 분과위를 열고 KDDX 사업 추진 방식과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기본계획안을 논의했다.
분과위는 △수의계약 △경쟁입찰 △양사 공동개발 등 3가지 사업 방식을 놓고 논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25명의 분과위 위원 중 과반수가 수의계약 의견에 동의했지만 외부위원 6명이 반대 의견을 내면서다. 방사청은 의견 조율에 실패하자 내달 2일 열리는 방추위에 KDDX 안건을 상정하려 분과위를 27일 다시 개최하려 했지만 의견 조율에 결국 실패해 이마저도 무산됐다.
KDDX는 선체와 이지스 체계를 모두 국내 기술로 건조하는 첫 번째 국산 이지스구축함 사업이다. 총 6척을 건조할 계획으로 사업비는 7조 8000억 원에 달한다. 당초 2024년 6월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업체를 선정해 사업에 착수할 예정이었지만 함정 업계 양대 산맥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법적 분쟁과 여론전을 벌이며 첨예한 갈등을 거듭해 사업은 1년가량 지연됐다.
HD현대중공업은 KDDX 기본설계를 담당한 자사와 관행대로 수의계약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수의계약은 입찰시 경쟁계약이 아니라 일정 요건을 갖춘 상대방을 선택해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반면 한화오션은 군사기밀 관련 사고를 일으킨 HD현대중공업의 문제를 고려해 수의계약이 아닌 경쟁입찰로 사업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방사청은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간 상생협력 방안을 마련한 뒤 5월 열리는 방추위에서 사업 추진 방식을 상정해 확정할 계획이지만 양사간 의견 차이는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방사청이 이날 분과위를 취소한 이후에도 두 업체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지만 수의계약을 주장하는 HD현대중공업과 경쟁입찰을 요구하는 한화오션의 방침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통령 탄핵 정국이 KDDX 사업자 선정에도 영향을 줬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방사청 의사결정 과정에 확연한 의견 대립이 있는 상태에서 8조 원 규모의 KDDX 사업자 선정을 강행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여건이기 때문이다. 방산업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돼 조기 대선이 시행될 경우엔 KDDX 사업자 선정이 새 정부가 출범한 후 다시 논의될 가능성을 제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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