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면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고위 간부들이 숨지는 등 사망자가 400명을 넘어섰다. 올 1월 휴전 이후 최대 규모의 공습으로 전면전이 재개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8일(현지 시간)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스라엘 공습으로 가자지구 내무부 수장인 마무드 아부 왓파를 비롯해 최소 5명의 하마스 고위 인사가 사망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번 공격으로 400명 이상이 사망했으며 이들 중 상당수가 어린이와 여성이라고 발표했다. 부상자도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면서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스라엘 방위군(IDF)과 보안국은 이날 오전 2시 30분쯤 성명을 내고 “현재 가자지구 내 하마스 테러 조직을 광범위하게 공격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실은 “휴전 연장을 위한 협상이 진전되지 않고 하마스가 인질 석방을 거부해 이번 공습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공습은 우리가 결정한 전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라며 “여기에는 생사를 떠나 모든 인질 석방도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네타냐후 총리실은 “이제부터 하마스에 대해 더욱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시행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가자지구 인근 모든 학교에 휴교령을 내렸다. 이에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해 전면전을 치를 가능성도 커지는 상황이다.
AP통신은 “지금까지 4만 8000여 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죽고 가자지구 전역에 엄청난 파괴를 일으킨 17개월간의 전쟁이 다시 전면전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 또한 이번 공습이 올 1월 체결된 휴전협정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라며 향후 휴전 협상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하마스는 즉각 반발하며 “네타냐후와 그의 극단주의 정부가 휴전 협상을 무너뜨려 가자지구의 포로들이 알 수 없는 운명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을 두둔하고 나섰다. 브라이언 휴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하마스는 휴전 연장을 위해 인질을 석방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거부하고 전쟁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 관리를 인용해 하마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인질 석방 요구를 무시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공격 재개를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1월 19일 휴전에 합의했으나 42일간의 1단계 휴전이 이달 1일 종료된 후 추가 협상을 벌여왔다. 이스라엘은 휴전을 50일 연장하는 대신 인질의 절반을 먼저 석방하고 영구적 종전에 합의하면 나머지를 풀어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와 인질 전원 석방을 요구하며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한편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명령한 예멘 후티 반군에 대한 군사 공격과 맞물려 중동 내 긴장을 더욱 고조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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