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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상충 논란에…권재열 고려아연 사외이사 후보 자진사퇴

이사 후보 확정한지 5일만에 사퇴

국민연금 수책위 위원 이력에 논란

1월 23일 열린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 현장. 사진 제공=고려아연




고려아연(010130) 측 사외이사 후보로 올랐던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자진 사퇴했다. 지난달까지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있었던 이력에 이해상충 논란이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고려아연은 사외이사 후보였던 권 교수가 일신상의 이유로 자진 사퇴했다고 18일 공시했다. 고려아연이 13일 이사 후보를 확정한 지 5일 만이다. 앞서 권 교수는 고려아연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의 추천으로 사외이사 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려 고려아연 측 인사로 분류됐다.



다만 지난달까지 3년간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권 교수가 고려아연 사외이사 후보에 오르자 이해상충 논란이 일었다. 수탁자책임위원회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관련 주요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기구다. 경영권 분쟁 등 국민연금 투자위원회가 판단하기 어렵거나 주요 쟁점이 있는 안건은 수탁자책임위원회의 안건으로 올려 논의한다. 영풍(000670)·MBK파트너스 측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 관련 의결권 행사 방향 역시 수탁자책임위원회가 결정해왔다. 1월에도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위원회는 △집중투표제 도입안 △이사 수 사한 설정 관련 정관 변경안 등에 찬성하기로 한 바 있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지분 4.51%를 보유한 캐스팅보트로 꼽힌다.

고려아연은 권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올려 국민연금 표심을 우호적 방향으로 이끌려 했지만 외려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려아연의 사외이사 후보 명단이 발표된 후 국민연금 내부에서는 이해상충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의결권 행사를 포기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의결권 행사 자체를 포기할 경우 국민연금이 책임투자 원칙을 반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의결권 행사를 포기하는 선례가 만들어질 경우 향후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의 주총에서 악용될 소지가 높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 같은 상황을 의식한 권 교수가 사외이사 후보에서 결국 사퇴했다는 관측이다. 고려아연 정기 주총은 이달 28일 오전 9시 용산구 몬드리안호텔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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