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무역 상대국들과 새로운 무역협정을 체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16일 인터뷰에서 다음 달 2일 부과될 상호관세를 언급한 뒤 “우리는 전 세계 각국과 합리적인 새 무역협정을 위한 양자 협상에 참여할 것”이라며 “기준을 재설정하고 양자 협정을 통해 무역이 공정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상호관세 부과를 지렛대 삼아 미국에 유리한 조건으로 새 무역협정 체결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손보려는 무역협정에는 무역적자 상대국인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도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집권 1기인 2018년에 한 차례 개정된 한미 FTA를 미국의 입맛에 맞게 대폭 바꾸거나 아예 새 협정으로 대체하려 할 수도 있다.
미국산 공산품에 대한 한국의 실효 관세율은 ‘제로’에 가까운 0.79%다. 하지만 관세율이 낮다는 이유로 미국의 통상 압력에 안이하게 대처해서는 안 된다. “한국은 미국 관세의 4배”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진위를 떠나 한국이 미국의 불공정한 무역 상대국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 무역대표부(USTR)에 30개월 이상 소고기 시장 전면 개방과 유전자변형생물체(LMO) 검역 완화, 빅테크 규제 철폐 등을 요구하는 미국 업계의 의견서가 제출된 만큼 우리의 농산물 검역과 디지털 통상 장벽 등 비관세 장벽을 문제 삼을 가능성도 크다.
미국이 정책적 이유로 특별한 고려가 필요한 ‘민감국가’ 리스트에 한국을 포함시킨 데 이어 한미 경제 동맹의 근간인 FTA까지 일방적으로 뒤흔든다면 우리의 국익이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미국 우선주의’ 통상 질서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산업·안보 협력을 통해 양국이 상호 이익을 거둘 수 있는 ‘윈윈 패키지’ 협상안을 마련해 미국 측에 한국이 ‘대체 불가 파트너’임을 설득해야 한다. 조선·에너지·원자력·방산 등 미국이 원하는 우리의 제조 역량을 지렛대 삼아 산업 협력을 강화하고 관세 예외를 인정받아야 한다. 여야도 민감국가 지정을 둘러싼 ‘네 탓’ 공방을 접고 한미 외교 채널 복원·가동을 위해 협력해야 할 것이다. 범부처와 기업들까지 총괄하는 경제안보 컨트롤타워를 가동하면서 의제별로 촘촘한 협상안을 마련해 미 행정부와 대화해야 ‘트럼프 스톰’을 극복하고 국익을 지켜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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