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하락세에 접어들었던 범용 D램 가격이 빠르게 오름세로 전환했다. 스마트폰·PC 등 정보기술(IT) 기기 수요가 살아난 데다 서버용 D램의 주요 고객사들도 신제품 출시를 앞두며 D램 주문이 늘어난 영향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D램 업황 회복 시점이 당초 예상시점인 하반기보다 앞당겨질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1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최근 DDR5 제품의 고정거래가격 전망치를 전달에 비해 상향 조정했다.
PC용 DDR5 16Gb(기가비트) 제품의 2분기 가격 전망은 기존 3.3달러에서 3.9달러로 높였다. 3분기와 4분기도 각각 3.3달러에서 4.2달러까지 상승했다. 2분기의 경우 가격 전망치 상향률은 19.9%였고 3분기와 4분기는 29.2%에 달했다.
이번 고정거래가 전망치 상향은 현물가 상승에서 관측된 업황 회복 분위기가 기업 간 거래 시장까지 옮겨붙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범용 D램인 DDR4 8Gb 제품의 평균 현물 거래 가격은 1.762달러로 이달 7일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신 D램인 DDR5 D램의 현물 가격은 5.088달러로 지난달 17일(4.773달러) 대비 6.6%가량 올랐다. 도매업체와 소비자 간 거래에서 형성되는 현물가는 대형 계약으로 제품을 거래할 때 매겨지는 고정거래 가격의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이는 범용 D램의 주요 수요처인 PC·스마트폰 시장에서 주문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4분기부터 시행된 중국의 보조금 정책이 스마트폰 판매를 늘리면서 D램 주문 증가를 이끌어냈다. 미국 수입 관세 우려로 PC 제조업체들이 1~2분기에 걸쳐 D램 재고를 빠르게 소진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능을 중심으로 한 AI PC 판매도 증가세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는 올해 AI PC의 시장 규모가 지난해 4302만 대에서 165.5% 급증한 1억 1422만 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메모리 제조사들의 ‘캐시카우’인 서버용 D램 수요가 늘 만한 상황도 조성되고 있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클라우드서비스업체(CSP) 탑재 서버 주문은 지난해 4분기 이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며 "CSP 및 서버 OEM(생산업체)의 서버 D램 재고 주수도 지난해 3분기 최대 15주에서 4분기 최대 13주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AMD와 인텔, 엔비디아의 신제품 출시로 서버용 DDR5 수요도 늘어날 전망이다. AMD는 중앙처리장치(CPU) 튜린의 양산을 2분기에 시작했고 인텔도 CPU 신제품 그래나이트 래피즈를 2분기 내 출시할 예정이다. 엔비디아가 6월 이후 B300·GB300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출시하면 서버업체들의 주문도 늘어날 전망이다. 메모리 시장의 수요-공급 곡선이 점차 균형을 이루면 대표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실적에도 청신호가 뜰 것으로 전망된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범용 (메모리) 제품에 대한 비관론이 2분기 내내 더욱 낙관적인 방향으로 해소되고 이익도 상향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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