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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출신 '인서울'도 포함…지역인재 채용 범위 확대를"

■공기업 인재 불균형 심화

이전 공기업들 실적 부진 시달려

미래경쟁력 갖출 인재 확보 시급

입법처, 기관 자율성 보장안 제시

지난해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면접 준비를 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전문가들은 공기업이 경쟁력을 키우려면 인력을 채용하는 데 있어서 지나친 ‘배리어(장벽)’를 둬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지방 이전 공기업들이 지역인재 채용 제도에 매몰되면 한정된 풀 안에서만 직원을 뽑을 수밖에 없고 이는 장기적으로 우수 인재 지원 감소로 이어져 성장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역 인재 채용으로 특정 출신 대학 편중 현상이 나타나면 기관 내 특정 부문 종사자의 전문성 부재가 발생하고 이는 궁극적으로 공공서비스 품질 저하와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방으로 이전한 대다수의 공기업은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전남 나주시에 본사를 둔 한국전력공사는 2021년부터 3년간 영업이익이 적자를 보이다가 지난해 겨우 흑자 전환했고 한국철도공사는 2022년 3970억 원, 2023년 4415억 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실적도 큰 폭의 개선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남 진주시로 이전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2023년 영업이익은 건설경기 부진 여파에 전년에 비해 98%나 감소했다. 이들 공기업이 장기 성장을 도모하려면 여러 방안을 강구해야 하지만 경쟁력 강화를 주도할 미래 인재 채용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 때문에 초중고를 지방에서 나와도 서울에 있는 대학을 다닌 경우 지역 인재 채용 대상에 포함하도록 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온다. 지난해 1월 개정된 지방대육성법에 따르면 비수도권 공공기관은 신규 채용시 지역 인재를 35% 이상 의무적으로 채용해야 하고, 지방 인재 대상에는 해당 공공기관이 위치한 지방대뿐만 아니라 비수도권의 지방대로 범위가 확대됐다. 비수도권까지 범위를 넓혀야 특정 대학 편중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지역 인재 의무 채용이 강화되는 와중에 블라인드 채용까지 적용받아 수도권 대학 출신 지원자들의 공공기관 입사 기회가 줄어드는 이른바 역차별 논란이 커지고 있다. 블라인드 정책으로 출신 대학을 평가 요소로 보지 않겠다면서도 지역 인재 채용 의무화 때문에 출신 대학이 최종적으로 평가 결과에 반영되는 모순적 상황에 부딪치는 것이다.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김 모 씨(26세)는 “출신 대학이 채용에 영향을 주지 않는 것이 블라인드 채용의 기본 원칙인데 지방대 출신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또 다른 차별”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공공기업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임 모 씨도 “요새는 취업 자체가 힘들어 인서울, 수도권 공기업에만 들어가려고 취업 준비를 하지 않는다”며 “해당 공기업이 위치한 지역에서 초중고교를 나온 이들도 지역 인재 채용 대상에 포함한다면 다양한 경력을 가진 인재 채용 기회도 더 늘어나고 지역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입법조사처도 지난해 공공기관 이전 기관 특성에 따라 일부 조정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예를 들면 이전 기관 소재지 지역 대학 졸업자는 15%만 뽑고 나머지 15%는 타 지방 대학을 졸업했지만 초중고교는 이전기관 소재지 지역에서 나온 구직자를 채용하는 방식이다. 이른바 경상도·전라도·충청도 출신 서울대 졸업생도 지역 인재 채용대상에 포함시키는 대안이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과도하게 특정 대학의 사람들이 모이면 의사결정 과정에서 비합리성·비효율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지방 출신이라면 지역 인재 채용 대상으로 폭넓게 인정하는 게 쏠림 현상을 막는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각 공기업의 인사위원회에 외부 인사를 더 많이 영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특정 대학의 쏠림 현상을 바로잡으려면 지역 인재 채용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누구냐도 중요하다”며 “인사위원회·평가위원회에 외부 인사 비중을 늘려 견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어떤 형태로든 조직 내에 자정작용이 필요하다”며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투명한 인사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역 이해관계에 얽히지 않은 인사를 많이 늘려야 하며 기관장들도 이를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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