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이 2년여만에 최고치를 찍은 가운데, 한국의 30년물 국채 금리가 일본에 역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 금리 역전이 최근 환율 상승의 직접적인 배경은 아니지만, 역내 자금 흐름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 30분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89.85원에 거래됐다.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가보다 5.81원 올랐다. 이는 2023년 5월 12일(990.39원) 이후 최고치다. 장중 원·엔 환율은 오전 한 때 995원을 넘기도 했다. 최근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한 것이 엔화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날 채권 금리는 일본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장중 2.6086%까지 올라 한국 국고채 30년물 금리(장중 최고 2.568%)를 뛰어넘었다. 전날 종가 기준으로도 일본 국고채 30년물 금리는 2.6%로 한국 30년물(2.596%)보다 높았다. 최근 들어 일본 국고채 10년물도 1.575%까지 올라 16년 5개월만에 최고치를 찍는 등 일본 국채 금리가 뛰고 있다.
최근 엔화 강세와 국채 금리 상승은 일본은행(BOJ)이 물가 상승을 우려해 전 세계 중앙은행과 반대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은행은 지난 1월 기준금리를 0.25%에서 0.5%로 올렸으며 이달에도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2027년 상반기까지 1.5%까지 올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초장기물로 분류되는 30년물은 환율 흐름을 가를 만한 시장 지표 채권은 아니다. 이 때문에 최근 원·엔 상승의 주된 동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다만 일본 경기 부양 기대감이 금리에 반영된 만큼, 자금 흐름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최남진 원광대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BOJ가 생각보다 강한 어조로 금리 인상을 시사해왔기 때문에 장기 정책에 영향을 받는 초장기물 금리가 오르고 있는 것 같다”면서 “반면 한국은 성장에 대한 우려가 불거져 나오기 때문에 장기물 금리가 하락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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