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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 깬 혁신이 TV 왕국 지속 비결”

■‘40년 삼성맨’ 손욱 전 삼성종합기술원장

이건희 회장 파격적 제품 주문

‘명품플러스원 TV’ 탄생 계기로

손욱 전 삼성종합기술원장




“이건희 선대회장께서 규격에 관계없이 촬영한 그대로 방영할 수 있는 브라운관을 만들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했을 때 직원들은 황당해하며 다들 반대했죠. 하지만 그런 파격 때문에 해당 제품은 대성공을 거뒀어요.”

손욱 전 삼성종합기술원장은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 선대회장의 지시로 탄생한 ‘삼성 명품플러스원 TV’ 개발 과정을 회상하며 이같이 말했다. 1967년 삼성에 입사한 그는 삼성전자(005930) 전략기획실장과 삼성전관(삼성SDI(006400)) 사장 등을 거치며 이병철 창업회장과 이 선대회장을 보좌했다.

1996년 출시된 삼성 명품플러스원은 당시 TV의 표준 화면 규격(4대3)과 달리 방송국에서 송출하는 화면 규격인 12.8대9 비율을 갖췄다. 이 제품의 성공으로 경쟁사보다 20% 이상 저렴했던 삼성 TV의 가격이 경쟁사의 96% 수준까지 높아졌다.



손 전 원장은 “선대회장은 방송을 찍고 난 다음 TV로 나올 때 양쪽 1~2인치가 잘리는 것을 매우 아쉬워했다”며 “영화나 드라마에 양측 끄트머리에 임팩트 있는 장치가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세상에 없던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삼성전자뿐 아니라 코닝이 새 유리를, 삼성전관이 이에 적합한 브라운관을 개발하며 머리를 맞댔다.

손 전 원장은 “단순히 제품 규격을 깨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선대회장은) 조직 간 융합 문화를 만들어 관계사들이 조직 이기주의에서 탈피하기를 원했다”며 “관계사들이 손잡고 세상에 없던 제품을 개발하면서 기술 융합과 신시장을 개척하는 문화가 뿌리내리기를 원한 것”이라고 말했다.

융합 문화는 삼성전관이 브라운관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밑바탕이 됐다. 손 전 원장은 “황창규 사장한테 전화해 ‘어떻게 메모리 1위를 했느냐’고 물었더니 수요공정회의를 언급했다”며 “초일류 브라운관이라는 목표를 잡고 ‘금요공정회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삼성이 브라운관 사업 1위를 차지하는 발판이 됐던 원적외선 브라운관, 프레시바이오 브라운관 등의 아이디어들이 금요회의에서 탄생했다.

손 전 원장은 한국 TV가 세계 1위를 지키려면 규격을 깨는 과감함과 융합 문화를 지속·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품 본원 경쟁력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명품’의 반열에 오르면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도 문제가 없다는 조언이다. 그는 “이태리의 구두, 프랑스의 패션이 명품으로 대접받는 이유는 단 하나, 품질”이라며 “한국 산업의 품질이 벌써 중국에 뒤처지는 위기 상황을 맞았는데, 범국가적으로 산업의 본원 경쟁력을 살려야 제조업을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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