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프랑스·스페인 등 유럽 주요 국가에 K배터리 재활용 공장이 들어설 전망이다. 현지 폐배터리 재활용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기에 앞서 재활용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관련 업체들의 전략에 따른 것이다. 리사이클링 시설이 확장되면 K배터리의 약점인 원자재 수입 의존 문제도 다소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0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성일하이텍(365340)은 프랑스, 독일, 스페인에 신규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을 설립 계획을 세웠다. 국내 최대 배터리 재활용 업체 중 한 곳인 성일하이텍은 현재 유럽에선 폴란드와 헝가리에 생산 시설을 두고 있다. 두 국가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삼성SDI(006400)·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진출한 지역인데 앞으로는 국내 대기업이 없어도 전기차 시장이 큰 국가에 현지 공장을 짓겠다는 것이 성일하이텍의 구상이다. 전기차 수요 회복이 뚜렷해지는 시점에 구체적인 설립 일정이 확정될 방침이다.
성일하이텍의 유럽 거점 확대 계획은 현지 규제와 관련이 깊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유럽연합(EU)이 시행한 배터리 규정에 따르면 2030년대부터 배터리 재활용이 의무화된다. 이르면 2031년부터 배터리 원재료 재활용 최소 비율이 코발트 16%, 리튬 6%, 납 85%, 니켈 6% 등으로 정해졌으며 2036년에는 코발트 26%, 리튬 12%, 납 85%, 니켈 15%로 이 비율 기준이 상향된다.
더구나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유럽 자동차 부문 산업 행동계획(액션플랜)’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배터리 가치사슬 전반의 ‘유럽산 부가가치 비율’을 50%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목표도 내걸었다. 배터리 현지 생산의 비중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업계 관계자는 “EU에선 배터리 규정에 더해 폐배터리를 파쇄한 블랙매스를 역외로 반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가 시행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사용 후 배터리를 회수하고 재활용하기까지 전 과정을 역내에서 수행하는 거점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성일하이텍은 유럽은 물론 미국, 인도, 중국, 말레이시아에서도 해외 공장을 운영 중이다. 국내에선 전북 군산에 3공장까지 확장한 상태다. 향후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배터리 재활용 규모를 연간 30GWh(기가와트시)까지 확장하겠다는 목표다.
다른 국내 배터리 업체도 배터리 재활용 시장에 속속 뛰어 들고 있다. 엘앤에프(066970)는 지난해 자회사 JH화학공업을 통해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에 진출했으며 김천 공장에서 리사이클링 공정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독자적으로 리튬·니켈 등 광산을 거의 확보하지 못한 한국 배터리 업계로서는 제품 생산에 들어가는 원자재의 재활용 비중을 빠르게 높여 원자재 수입 문제를 해결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전 세계에서 재활용 시설이 확장되면 점차 생산 단가가 하락해 비용 문제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