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23년 3월 열린 인베스터데이에서 멕시코에 새로운 기가팩토리를 짓겠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프리몬트와 텍사스, 중국 상하이, 독일 베를린에 이어 4번째 전기차 제조 거점으로 멕시코를 낙점했던 것이죠. 당시 머스크는 “새로운 공장이 건설되면 연간 약 350만 대의 차량을 생산할 수 있다”며 구체적인 계획도 밝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 테슬라의 멕시코 공장 설립은 ‘감감무소식’입니다. 오히려 멕시코에 인접한 텍사스 기가팩토리 공장이 확장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관련 업계에선 테슬라의 신 공장 계획이 대거 수정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일부 외신에선 테슬라의 멕시코 공장 프로젝트가 사실상 무산됐다는 전제 아래 뉴스를 전하기도 했죠. AFP통신은 "머스크 CEO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위협으로 멕시코 공장 계획을 중단한 지 몇 달 만에 멕시코 정부가 저렴한 소형 전기 자동차 생산 계획을 발표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USMCA’ 패싱한 트럼프, 멕시코에 관세 엄포
테슬라 행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외부 요인은 단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 조치에 대한 엄포를 여러 차례 놓은 상태죠. 멕시코에 진출한 미국 완성차 업계의 불만으로 인해 관세 부과 시점이 유예되긴 했지만 결국 자국에서 생산된 자동차를 우대하겠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을 통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입된 자동차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았지만 자국 생산을 강조하는 트럼프 행정부 들어 멕시코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되는 차에는 세금이 매겨져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된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 정책을 전폭 지지해온 머스크가 새로운 관세 정책으로 인해 기존의 전기차 생산 계획을 뒤집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셈이죠.
이러한 국제 정세 변화를 맞아 멕시코 대신 인도에 테슬라의 새로운 기가팩토리가 들어설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달 13일 미국을 찾아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고 머스크 CEO와도 면담을 진행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과 유럽 판매 부진으로 차량 판매량이 감소한 테슬라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 중 하나인 인도를 장기 계획에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5억弗 투자하면 車 관세 대폭 낮춰준다는 모디 정부
인도는 연간 400만대의 자동차가 팔려 중국과 미국에 이어 판매대수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3위의 자동차 시장입니다. 인도에선 자국 제조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높은 관세를 물리고 있어 시장 점유율을 높이려면 현지에 생산 거점을 갖춰야 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지난해 기준 인도는 4만달러(약 5800만 원) 이하 수입차에는 70%, 4만달러 이상 차량의 경우 100% 관세를 부과합니다. 일본 스즈키에 이어 2위 점유율을 확보한 현대차그룹의 경우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탈레가온 공장을 인수하는 등 인도에서만 연간 100만대 생산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인도가 전기차 산업 육성에 나선 점도 테슬라의 현지 진출을 추진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지난해 인도에서 판매된 420만대의 자동차 중 전기차 비율은 2%에도 미치지 못했죠.
인도 최대 경제신문인 이코노믹타임즈는 모디 정부가 조만간 새로운 전기차 육성 계획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약 5억 미화달러(약 7229억 원)만큼 신규 투자를 한 자동차 업체는 인도로 수출하는 물량에 대해 매기는 관세를 대폭 감면받을 수 있게 되는 내용이 새로운 정책에 담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신규 투자 요건을 충족하는 완성차 업체는 15%의 수입 관세만 내면 된다고 합니다. 이코노믹타임즈는 “이 정책의 주요 수혜자로 널리 알려진 테슬라는 아직 정부와 소통하지 않고 있다”면서 “테슬라는 4월 중 인도에 저렴한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며 뭄바이와 델리에 전시장을 조성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상황은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 보유국으로 올라선 인도의 중요성을 더욱 높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멕시코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격’으로 자동차 생산국으로서의 입지가 좁아진 반면 인도가 전기차 육성책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머스크 CEO의 신규 공장 설립 계획이 머지않아 확정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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