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상수지가 올해 1월까지 21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그러나 흑자 규모는 전월 대비 100억 달러 가까이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 성장세가 꺾이고 승용차와 석유제품 등 주력 품목의 수출 부진이 커진 탓이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 통계에 따르면 1월 경상수지는 29억 4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21개월 연속 흑자 행진이지만 규모는 지난해 4월(14억 9000만 달러) 이후 가장 작았다. 전월인 12월(123억 7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76.2%(94억 3000만 달러) 줄었다.
상품수지 흑자가 크게 줄어든 영향이 컸다.1월 상품수지는 25억 달러 흑자에 그쳤는데 지난해 12월(104억 3000만 달러)의 4분의 1 수준이다. 한은은 “올해에는 설 연휴로 조업 일수가 4일이나 줄어 흑자 폭이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1월 수출은 498억 1000만 달러로 전년 동월과 비교해 9.1% 감소했다.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은 2023년 9월(-1.6%) 이후 16개월 만에 처음이다. 통관 기준 석유제품(-29.2%)과 승용차(-19.2%) 등 주요 품목들의 수출 감소 폭이 확대된 영향이다. 반도체 수출은 7.2% 뛰었으나 지난해 12월(30.6%) 증가 폭에는 못 미친다.
수입은 473억 1000만 달러로 6.2% 감소했다. 원자재 수입이 9.8% 감소하고 소비재 수입도 10.3% 줄어들었다.
서비스수지는 20억 6000만 달러 적자로 나타났다. 여행수지가 겨울방학과 설 연휴로 해외여행객이 늘면서 16억 8000만 달러 적자를 낸 영향이 컸다. 본원소득수지 흑자 규모는 26억 2000만 달러로 전월에 비해 줄었다.
올해 연간 반도체 수출은 인공지능(AI) 투자 수요로 인해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다른 품목들은 중국과의 수출 경쟁 및 관세 인상으로 부진이 예상된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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