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000670)·MBK파트너스와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법원이 올 1월 고려아연의 임시 주주총회 결의 중 집중투표제 도입만 효력을 유지하고 나머지 안건 결의에 대해서는 모두 효력을 정지시켰기 때문이다. 3월 정기 주총에서 집중투표제를 통한 표 대결이 최대 관건으로 떠올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는 7일 영풍·MBK가 제기한 고려아연 임시 주총 효력 정지 가처분을 일부 인용했다. ‘상호주 제한’을 활용해 임시 주총 전날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것은 잘못됐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만 고려아연 측이 추진한 집중투표제 안건은 효력이 유지되는 게 맞다고 봤다.
아울러 법원은 1월 임시 주총에서 최 회장 측 인사로 구성한 이사들의 직무 정지가 타당하다고 결정했다. 이사 수 상한 설정도 없던 일이 됐다. 결국 임시 주총 결과는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온 대신 최 회장과 영풍·MBK 양측 모두 당장 주도권을 쥐지 못한 채 장기전으로 흐를 가능성도 점쳐진다. 당시 최 회장 측은 상호주 의결권 제한 카드로 영풍의 의결권을 묶어 이사진 구성을 17대1로 압도적으로 만든 바 있다.
관련기사
고려아연 정기 주총은 이달 28일 혹은 31일로 예상되며 이 때부터 집중투표제가 도입될 예정이다. 영풍·MBK는 집중투표제 아래에서도 계속 이사회 과반 진입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지만 기존 이사의 임기 만료 등을 고려하면 1~2년 이상 걸릴 수 있다.
최 회장 측도 이달 말 주총에서 경영권이 넘어가는 일은 막았지만 법원이 영풍 측 지분 의결권을 제한한 ‘상호주 제한’ 효력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다시 수 싸움을 벌여야 할 상황에 처했다.
고려아연 기관투자가 관계자는 “이제부터는 양측의 세 결집이 중요한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당장 국민연금은 고려아연의 주총 안건이 정해지는 대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를 열어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최근 발생한 MBK의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으로 인해 사모펀드(PEF)의 경영 지속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점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