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카드채권을 기초로 발행한 유동화증권이 결국 채무불이행(디폴트)에 들어섰다. 홈플러스는 여기에 자체 발행한 기업어음(CP)·전자단기사채를 가지고 있고 과거 일부 점포를 인수한 부동산 펀드가 발행한 1000억 원 규모 유동화증권도 따로 있다. 이들 중 일부가 발행·유통 과정에서 개인투자가에게 손바뀜된 것으로 알려져 최종 회수 불발 시 파장이 작지 않을 전망이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설립 특수목적법인(SPC)이 발행한 118억 원 규모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는 전날 결국 미상환됐다. ABSTB는 ‘돈을 받을 권리(채권)’를 담보로 발행한 초단기 사채로 홈플러스의 경우 카드채권을 토대로 SPC를 거쳐 약 4000억 원 규모 ABSTB를 발행해 아직 만기를 앞두고 있다. 이번 ABSTB 미상환으로 한국기업평가·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는 홈플러스 설립 SPC가 발행한 ABSTB의 신용등급을 기존 ‘C’에서 상환 불능 상태를 의미하는 ‘D’로 하향 조정했다.
홈플러스는 과거 물품 구매시 사용한 카드 대금을 증권사를 통해 역팩토링(채무자가 채권을 채권관리업체에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해왔다. 주관사인 신영증권을 통해 유동화증권 형태로 시장에 흘러들어가 만기가 남은 채권은 총합 4000억 원에 달하는데 이는 홈플러스가 자체 발행한 CP·전자단기사채와 구분되는 별도의 채권이다. 홈플러스 관련 채권에는 과거 일부 점포를 인수한 부동산 펀드가 발행한 약 1000억 원 규모 ABSTB와 유동화기업어음(ABCP)도 있다.
카드채권 관련 ABSTB를 살펴보면 홈플러스는 복수 카드사의 구매전용카드를 사용해 마트 운영에 수반되는 각종 물품을 구매한 후 이에 따라 발생하는 카드 채권을 역팩토링 방식으로 자금시장에 흘려보냈다. 역팩토링은 채권 상환 의무가 있는 채무자가 역으로 채권을 활용해 유동화증권 등을 발행하고 자금을 끌어모으는 방식의 거래를 의미한다. 홈플러스는 증권사를 통해 설립한 SPC 2곳(에스와이플러스제일차·에스와이플러스제이차)에 카드 채권을 넘겼고 이들 SPC는 신영증권에서 유동화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모은 뒤 카드 대금을 상환해왔다.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SPC를 통해 발행해 6일을 기준으로 아직 만기가 남아 있는 유동화증권은 약 3900억 원 규모다. 에스와이플러스제일차는 앞으로 3개월 내 3620억 원 규모의 자산유동화 전자단기사채(ABSTB)를 갚아야 하는데 이 중 207억 원은 10일 내, 685억 원은 11일~30일 내 만기가 도래한다. 에스와이플러스제이차에 남아 있는 ABSTB는 280억 원 규모다. 이 중 118억 원이 당일 결국 디폴트가 난 만큼 다른 채권의 채무불이행 가능성도 높아졌다.
추후 관건은 회생법원이 이 ABSTB의 채무 성격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달려 있다. 홈플러스 감사보고서는 ABSTB를 기타금융유동부채로 분류하고 있지만 물품 구매 대금을 기초로 한 채권이기 때문에 상거래채권 성격도 존재한다는 의견이 다수다. 기업회생 시 상거래채권은 변제 순위가 다른 채권에 앞서 법원 판단에 따라 투자자들의 최종 회수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금융부채로 봐야한다는 의견도 있어 최종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한편 SPC 발행 ABSTB는 당초 카드사가 하자담보의무를 진 것으로 알려졌지만 복수의 카드사는 현재 관련한 상환의무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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