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유럽연합(EU)의 방위비 증액 계획과 관련해 금융 지원에 나설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EU가 방위비 지출을 늘리면 유럽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지만 물가안정이라는 중앙은행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겠다는 입장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라가르드 ECB 총재는 6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ECB 통화정책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EU의 방위비 증액과 관련해 언급했다. 그는 군사 지출 증가로 경제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금융 지원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라가르드 총재는 “당신 질문이 금융 지원에 참여하지 않겠습니까 같은 의도라면 이것은 ECB의 목적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투자은행(EIB)이 있고 투자 지원 목적에 맞는 여러 기관이 있다”며 “우리(ECB) 목적, 우리 임무는 물가안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EU는 8000억 유로 규모의 ‘유럽 재무장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회원국의 EU 재정 준칙 적용을 유예해 4년 간 6500억 유로를 확보하고, EU 차관을 통해 1500억 유로를 지원한다는 방식이다. 방위비 지출에 소극적이었던 유럽이 대규모 안보 예산을 수립하자 ECB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라가르드 총재는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낸 것이다.
한편 이날 ECB는 예금금리 등 주요 정책금리를 25bp씩 인하를 단행했다. 최근 5차례 연속 정책금리 인하 결정이다. ECB는 또 올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1%에서 0.9%, 내년은 1.4%에서 1.2%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ECB는 “올해와 내년 무역정책 등 광범위한 정책의 불확실성에서 비롯하는 수출 감소와 지속적인 투자 둔화를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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