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매입 가격과 지리적 접근성, 풍부한 수요에 일본 골프장을 인수하는 국내 기업이 줄을 잇고 있다. 일본 골프장의 1홀당 매입 가격은 약 10억 원 수준으로 크게는 국내와 비교해 크게는 10분의 1가량 저렴하다. 각종 소도시를 오가는 일본행 항공편이 늘어나고 있고 현지로 골프 여행을 떠나는 은퇴족도 증가하는 추세여서 국내 기업의 일본 골프장 ‘매입 러시’는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내 골프 플랫폼 기업 쇼골프는 600억 원가량을 투자해 일본 오사카 인근 약 60홀 규모 골프장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일본 현지 소유주와의 협상이 대부분 마무리됐고 국내에서 자금을 댈 재무적 투자자(FI)를 물색하는 과정에 있다. 현지 대회를 다수 유치한 이력이 있는 명문 컨트리클럽(CC)이지만 1홀당 인수 가격이 10억 원 수준으로 통상 이보다 6~7배는 비싼 국내 동급 골프장에 비해 가격이 낮다.
쇼골프는 국내에서 골프 예약 플랫폼과 골프연습장을 운영하는 기업으로 2023년 12월 가고시마현에 있는 사쓰마CC를 매입해 운영하고 있다. 주요 재무적 투자자로는 이지스투자파트너스, 자이언트파트너스 PE, 대신 PE, SKS PE 등이 있다.
국내 기업의 일본 골프장 매입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웅진그룹이 최대주주로 있는 렉스필드CC는 지난해 12월 지바현에 있는 18홀 규모 오하라온주쿠GC 인수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웅진그룹은 일부 주주가 반대 입장을 내자 유상증자를 통해 렉스필드CC 지분율을 끌어올릴 정도로 인수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였다. 매입가는 24억 엔(약 232억 원) 수준이다. 모나용평은 지난해 초 시마바라CC와 아이노CC를 매입했고 한국산업양행의 경우 이시지 시사이드CC를 품에 안으며 일본에서 운영하는 골프장 수를 10곳으로 늘렸다.
국내 기업이 인수한 일본 골프장은 대부분 견조한 실적을 내고 있다. 쇼골프가 운영하는 가고시마현 사쓰마CC는 1991년 개장한 이후 약 30년 동안 적자를 기록했지만 쇼골프 인수 이후 지난해 흑자를 기록하면서 실적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지난해 기준 사쓰마CC 내방객의 50%가량은 한국인이다. 클럽 인수 후 리노베이션 등을 단행하면서 현지 고객 이탈도 없어 이용자가 순증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 그린피도 10만 원 수준으로 낮은 편이어서 현지 골프장을 찾는 골프 인구 증가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IB 업계 관계자는 “일본은 1980년대 버블 경제 당시 지어진 골프장이 많아 과잉 공급 상태”라며 “골프장 이용가와 매입가 모두가 저렴한 상황이어서 일본 골프 여행 및 인수 흐름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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