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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투자'에 적자만 쌓여…레일 뜯어내는 일본

[성장 가로막는 방만 재정]

<중>공짜 SOC에 중독된 지자체

버블 당시 지역철도망 무차별 확장

저성장·고령화에 수요 크게 줄어

노선 없애고 10년간 100개역 폐쇄

일본 영화 ‘철도원’ 배경. 연합뉴스




과잉 사회간접자본(SOC) 투자로 인한 사회적 낭비는 우리나라만의 현상이 아니다. 우리보다 저성장·고령화 시대를 더 빨리 겪었던 일본에서도 지방 철도 노선들이 폐쇄 위기에 몰려 있다.

6일 철도 업계에 따르면 홋카이도 지역을 운행하는 JR홋카이도는 열차 이용객 저조로 2014년 이후 지난해까지 10년 동안 기차역 100여 곳을 없앴다. 116㎞에 달하는 무카와~사마니 구간이 대표적이다. 이 노선은 2021년 인구 감소로 인해 폐선된 뒤 현재는 버스로 대체됐다. 한때 어업과 광업 물류 거점 역할을 했던 루모이~이시카리누마타 구간도 2023년 폐선하고 부지를 매각하는 결정을 내렸다. 홋카이도 철도 폐선 도미노는 지속적으로 이어져 후라노~신토쿠 구간도 지난해 운영을 종료했다. 국내에서 사랑받았던 일본 영화 ‘철도원’의 촬영지였던 홋카이도 이쿠토라역이 문을 닫게 된 것이다. 폐선을 앞둔 외진 기차역이 배경이던 영화 설정이 20년이라는 시간을 지나 현실이 됐다.



현지 언론들은 철도 폐선의 배경에 과잉투자가 자리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1980~1990년대 버블 경제가 정점을 찍던 시기 일본에서는 더 빠르고 더 광범위한 철도망 확충이라는 목표 아래 대대적인 투자가 단행됐다. 지방 도시들도 기차가 들어오면 지역 경제가 살아난다는 기대 속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유치했다.

하지만 1990년대 버블 붕괴 이후 인구구조가 급격히 바뀌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시골 지역은 젊은 층이 도시로 빠져나가 고령자만 남게 됐고 교통 수요가 대폭 줄어들었다. 건설 당시에는 크게 문제되지 않았던 철도 유지·보수비가 해마다 커지면서 투자에 비해 수익이 전혀 나오지 않는 노선이 속출했다. 홋카이도 지역 JR 노선들이 적자 누적과 노선 폐지 위기에 몰린 것은 이러한 일본 지방 철도의 축소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폐선된 부지는 곧바로 땅 평탄화 작업을 거쳐 주차장 등으로 바뀌거나 개발 업체에 매각됐다. 하지만 지역 인구 자체가 줄어들고 있어 매입자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통 중심축이 사라지면 주변 상권까지 쇠퇴해 마을 공동화는 더욱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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