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발언에 5일 장중 원·달러 환율이 1460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최근 위험선호 심리가 되살아나며 원·달러 환율 상단은 제한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3원 내린 1454.5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오전 환율은 7.8원 내린 1454.0원에 개장했다. 개장 초반 1450원 중반대에 머물던 환율은 오전 11시 트럼프의 의회 연설이 시작된 이후부터 낙폭을 줄이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 연설에서 "한국의 평균 관세는 (미국보다) 4배 높다"고 주장한 직후 정오께에는 1460.5원까지 오르며 장중 고점을 찍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 역시 105.5선에서 105.7선까지 오르며 트럼프 연설 도중 강세를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의 관세 계획을 그대로 실행하겠다는 뜻을 밝히며 일시적인 상승세를 띤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후 새로운 내용은 나오지 않으면서 외환시장도 안정세를 보였다. 글로벌 달러화가 다시 약세를 보이자 원·달러 환율도 1450원 중반대로 안착하며 오후 장을 마무리했다.
한국이 트럼프의 관세 사정권 안에 들어와 있다는 것이 확인됐지만, 환율 상방 압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용호 KB증권 부부장은 “달러가 고점을 지났다는 인식에 차익을 실현하려는 달러 매도세는 계속 있다”면서 “미국 주식이 최근 조정을 받다 다시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위험 선호가 살아난 것도 원·달러 환율에는 하락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날 하워드 루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부과된 25%의 관세가 일부 경감될 수 있다고 시사하자 미국 증시의 지수 선물은 일제히 상승했다. 관세 완화 소식에 코스피와 코스닥도 나란히 상승 마감했다. 이날 환율이 소폭 내린 것도 위험선호에 따라 투자심리가 회복된 영향이란 분석이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도 "뉴욕장 마감 후 루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관세 발언으로 투자 심리 진화에 나섰다"며 "중국 주미대사가 트럼프 관세에 공격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점도 리스크오프(위험회피) 분위기를 진정시키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72.29원으로 전날 오후 3시 30분 기준가인 978.61원보다 6.32원 하락했다. 전날 21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은 원·엔 환율은 상승세가 한풀 꺾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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