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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만에 또 '트리플 감소…짙어지는 경기침체 징후[Pick코노미]

◆ 통계청 '1월 산업활동동향'

생산 2.7%↓ 코로나 이후 최악

투자·소매 판매도 전월 대비 줄어

수출도 뒷걸음…2월 3.1% 감소

4개 분기 연속 성장률 0.2% 이하

불확실성 해소 없인 추경 효과 적어

국내 최대 무역항인 부산항 감만·신감만 부두에서 컨테이너 선적 및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산업 활동의 주요 지표인 생산·소비·투자가 올 1월 모두 하락했다. 이 같은 ‘트리플 감소’ 현상은 지난해 11월 이후 두 달 만이다. 우리 경제 전반에 경기 침체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이 지난 4일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1월 전산업생산지수는 111.2(2020년=100)로 전달보다 2.7%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2020년 2월(-2.9%) 이후 4년 11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 1월 엿새에 달하는 황금연휴 탓에 조업일수가 줄어들면서 생산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향후 경기 전망도 비관적이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변동치와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종합지수 변동치도 각각 0.4포인트, 0.3포인트 하락했다. 한국은행은 최근 경제 전망을 통해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0.2%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통상 2분기 연속 GDP가 감소하면 경기 침체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 기술적 의미에서 경기 침체는 아니지만 침체에 거의 근접해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문제는 올 들어 우리 경제를 떠받쳐온 수출마저 뒷걸음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올해 1~2월 누적 수출액은 1017억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068억 달러)보다 4.8% 감소했다. 특히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이 2월 96억 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3.1% 줄어 2023년 10월 이후 16개월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가 꺾였다

'63빌딩 시공' 신동아 법정관리…건설경기 침체, 투자지표로 확인




63빌딩 시공사로 잘 알려진 신동아건설이 지난달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일부 사업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미분양에 공사 미수금까지 쌓이면서 법원의 문을 두드린 것이다. 올해 1~2월 두 달 사이 문을 닫은 건설사는 103곳으로 전년 대비 30% 이상 증가했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건설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에서 금융기관들마저 대출을 꺼리고 있어 자금난이 심각한 수준”이라며 “문을 닫는 것까지 검토하는 한계 건설사가 많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의 ‘1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생산과 소비·투자 지표가 일제히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에도 트리플 감소가 나타났지만 이번에는 감소 폭이 더 커졌다. 이윤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전반적으로 하강하는 것이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며 “불황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경제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당분간 부진한 경기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침체의 그림자는 부진한 투자 지표에도 드러난다. 1월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14.2% 빠졌다. 2020년 10월(-16.7%) 이후 4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이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등 기계류(-1.26%)와 기타 운송 장비(-17.5%)에서 줄어든 여파가 컸다.



시공 실적을 보여주는 건설 기성(불변)도 건축(-4.1%)과 토목(-5.2%)에서 모두 줄면서 전달보다 4.3% 감소했다. 건설 기성은 지난해 8월(-2.1%) 이후 6개월째 줄며 감소 폭은 확대됐다.

내수침체·수출도 마이너스 전환…생산지수 펜데믹 이후 최대 낙폭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이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5년 1월 산업 활동 동향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내수 부진은 새해 들어서도 회복되지 못하는 모습이다. 재화 소비를 뜻하는 소매 판매는 가전·휴대폰 등 내구재가 직전 달보다 1.1% 증가했지만 의류·신발 등 준내구재(-2.6%), 화장품 및 차량 연료 등 비내구재(-0.5%)에서 판매가 줄어 전월보다 0.6% 감소했다. 정부가 설 연휴 임시공휴일을 지정했지만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되살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소매 판매는 연간 기준으로도 지난해(-2.2%)까지 3년 연속 감소하며 통계 작성 이래 최장 기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수출 둔화에 생산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1월 전산업생산지수는 111.2로 전달보다 2.7% 감소했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2020년 2월(-2.9%) 이후 4년 11개월 만에 최대 낙폭이다.1월 반도체 생산은 전달보다 0.1% 늘어나면서 사실상 제자리걸음했다. 지난해 9월 0.7% 감소한 뒤로 가장 저조한 실적이다.

내수 침체에 생산·투자 지표까지 일제히 큰 폭으로 고꾸라지면서 연초부터 경기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경기 침체는 2개 분기 연속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역성장할 때 공식적으로 인정된다. 하지만 최근 경기 흐름만 놓고 보면 안심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1분기 GDP 성장률은 0.2%로 지난해 2분기(-0.2%)부터 4개 분기 연속 0.2% 이하 성장률에 그치고 있다. 이는 1997년 외환위기,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2020년에도 없던 일이다.

"이대로는 추경해도 효과 작을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과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 등 대내외 악재가 산적해 있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여기에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은 지난달 일평균으로 5.9% 감소했다. 범용 메모리인 낸드 가격이 급락하면서 반도체 수출이 16개월 만에 마이너스(-3%)로 전환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끼쳤다.

이 교수는 “대내외적 불확실성으로 소비와 투자 심리가 모두 위축돼 있다”며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추경과 같은 재정 정책을 펼쳐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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