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003550)그룹 회장이 세계 최대 잠재시장으로 꼽히는 인도를 방문해 "우리가 어느 정도 앞서 있는 지금이 지속가능한 1등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밝혔다. 인도에서의 굳건한 리더십을 발판 삼아 그룹의 새로운 성장을 이끌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4일 ㈜LG에 따르면 구 회장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간)부터 나흘간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벵갈루루와 수도 뉴델리를 찾아 연구개발(R&D)·생산·유통망을 점검했다. LG그룹 총수가 인도를 찾은 것은 2004년 고 구본무 선대회장 이래 21년 만이다.
구 회장의 첫 행선지는 뉴델리에 위치한 LG전자(066570) 노이다 공장으로 이곳에서는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주력 가전을 만든다. 생산 라인을 둘러본 그는 “그동안 쌓아온 고객에 대한 이해와 확고한 시장 지위를 기반으로 새로운 30년을 위한 도약을 이뤄내자”고 말했다. 구 회장은 아울러 중국 기업과의 차별화 전략을 통해 지속 가능한 1등이 되기 위한 방안을 준비·실현해 달라고 당부했다.
구 회장은 뉴델리의 LG브랜드샵과 릴라이언스 등 유통 매장을 방문해 채식 인구가 많은 현지 특성에 맞춰 냉동실을 냉장실로 바꿔 사용할 수 있는 냉장고와 인공지능(AI) 모터 기술로 인도 여성 일상복 ‘사리(Saree)’ 옷감을 관리하는 세탁기 등 현지화 제품을 살펴봤다.
구 회장은 LG가 해외에서 운영하는 연구소 가운데 베트남 R&D법인과 더불어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벵갈루루 소프트웨어(SW)연구소를 찾아 “미래 SW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위해 그룹 차원의 글로벌 R&D 지향점을 분명히 설정하고 이를 꼭 달성하려는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소에는 2000여 명의 현지 개발자가 한국 본사의 가이드를 바탕으로 웹OS 플랫폼과 차량용 솔루션, 차세대 SW 등을 개발한다. 구 회장은 특히 인도 정보기술(IT) 생태계의 강점과 풍부한 R&D 인재에 대해 큰 관심을 보였다.
구 회장이 올해 첫 해외 방문지로 인도를 선택한 것은 최근 지정학적 변화로 미국·중국 등 선진 시장에서의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도 같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함으로써 경영 리스크를 최소화하자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인도는 인구 14억 5000만 명에 세계 5위의 국내총생산(GDP)을 자랑한다. LG그룹은 인도에서 가능성을 엿보고 1996년 소프트웨어연구소를 설립한 이래 인도 진출 30년째를 맞았다. LG전자는 현재 노이다와 푸네 생산공장 외에 동남부 안드라 프라데시 지역에 신규 생산 설비 건립을 검토 중이다. LG전자는 이르면 상반기를 목표로 진행중인 기업공개(IPO)를 통해 인도 국민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차세대 사업 분야에서는 LG화학(051910)이 올해 현지 신규 공장을 가동하며 고성장세인 석유화학 시장에 대응하고 LG에너지솔루션(373220)은 초기 단계인 인도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구 회장은 인도 핵심 인력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인도는 IT 영재들이 화수분처럼 육성되는 곳으로 알려졌다. 인도의 IT 산업은 GDP의 7%를 차지하며 현지 SW 개발자만 500만 명에 달하고 매년 공대 졸업생만 약 100만 명이 배출된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가 R&D 거점으로 인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구 회장은 인도 일정을 마친 후 중동·아프리카 지역의 주요 거점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로 이동해 중동 아프리카 사업 현황을 점검했다. 그는 현지 가전 유통 전문 매장을 들러 시장 트렌드를 살펴보고 LG전자 제품의 판매 현황과 경쟁력 등을 살폈다. 구 회장은 “중동·아프리카 지역은 복잡하고 어려운 시장이지만 지금부터 진입 장벽을 쌓고, 이를 위한 핵심역량을 하나씩 준비해 미래 성장의 핵심축 가운데 하나로 만들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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