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특별법을 통한 주52시간제 예외가 우리의 고질병으로 지목되는 노동시장 경직성 문제를 해결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국내 고용·노동 대표 전문가들의 진단이 나왔다. 우리 노동시장은 주52시간제처럼 산업의 변화와 기업·근로자의 개별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일률적인 강행 규정들이 많아 다양한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시장 스스로 경쟁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영기 한림대 겸임교수는 이달 14일 서울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노동 대현안 좌담회에 참석해 “반도체특별법 내 주52시간제 예외는 노동 유연화 관점에서 마중물”이라며 “지금 시대는 이해관계를 넘어 급격한 변화와 위기 앞에 ‘무엇이든 해보자’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좌담회에서는 권기섭 경사노위 위원장이 직접 사회를 맡고 조동철 한국개발연구원 원장, 허재준 한국노동연구원 원장, 최 교수 등 3명이 참여했다.
허 원장은 “주52시간제는 ‘계기(반도체특별법)’가 없으면 바뀌지 않는다”며 “근로시간 제도 개선은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부터 주4일 근무제까지 노사가 자율적으로 토론해봐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 원장도 “국가는 언제까지 고용, 임금체계, 노동 시스템을 획일적으로 규제하면서 가져갈 것이냐”며 “노동시장에서 생산성 개념이 잊혀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저성장 시대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유연성과 안정성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유연성은 경영계의 이익, 안정성은 노동계의 이익이라는 이분법적 잣대로는 탈출구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근로시간 제도가 대표적이다. 주52시간제처럼 장시간 근로를 줄이는 데만 주안점을 두다 보니 기업과 산업의 경쟁력은 경영계의 이익 논리로 치부 됐고 근로자의 ‘시간 주권’마저 침해됐다. 여기에 여야는 각각 노사의 편 가르기를 조장하고 정부는 진영 논리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최 교수는 “임금, 노동시간, 노란봉투법(사용자 개념 확대, 노조에 과도한 손배 제한), 반도체특별법을 보면 여전히 ‘정치권’이 걸림돌”이라며 “여야가 이 이슈를 정쟁으로 삼아 타협보다 갈등을 조장하고 있어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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