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년 간 증권사들이 국내 점포 수를 60곳 넘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활성화로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자 대형 증권사들 마저 ‘점포 줄이기'에 나선 영향이다. 여기에 중소형 증권사들은 대형사들이 선점한 리테일(소매) 영업 대신 수수료 수익이 높은 기업 영업이나 투자 은행(IB) 업무를 강화하고 나서면서 업계의 점포 정리 속도는 빨라질 전망이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해 말 기준 증권사들의 국내 지점(영업소 포함) 수는 750개로 1년 전(816개)과 비교해 66곳 감소했다. 불과 3개월(지난해 9월 말 기준·778개)새 28곳이 줄었고, 2022년 점포 수(883곳)와 비교해 보면 2년 만에 133곳이나 사라졌다.
대형 증권사나 중소형 증권사 가릴 것 없이 꾸준히 점포를 없애는 경향은 같다. 미래에셋증권은 2023년 말 70개였던 점포 수가 지난해 말 61개로 9곳 줄었다. 한국투자증권도 같은 기간 65개에서 64개로 1곳, KB증권은 87개에서 80개로 7곳 축소했다. NH증권은 5곳(62개→57개), 삼성증권은 1곳(29개→28개) 감소했다. 대신증권도 2023년 말 41개에서 지난해 말 38개로 3곳 줄었다.
증권업계에서는 MTS 활성화를 점포 수 감소의 배경 중 하나로 보고 있다. 비대면 거래가 활성화 되면서 굳이 높은 임차료를 부담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대신 은행처럼 고액 자산가를 위한 특화 점포를 늘리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은행권에서도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한 디지털 금융 거래가 활성화 하면서 매년 점포를 줄이는 움직임이 활발히 이어지고 있다.
특히 중소형사들은 리테일 영업 보다는 굳이 점포가 필요 없는 IB부문 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수정하면서 지점을 늘리는 데 소극적인 모습이다. 한 중소형 증권사는 올해 사업계획에서 리테일 부문을 축소하는 대신 기업 영업과 채권, IB 부문 비중을 늘리는 방식으로 조정했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대형사 위주로 개인 고객이 몰리기 때문에 영업점 의미가 크게 없고 홈트레이딩시스템(HTS)이나 MTS도 대형사 점유율이 높아 비용 투자를 하는 게 오히려 더 손해”라면서 “인수합병(M&A) 딜처럼 조금이라도 높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업무를 강화하는 게 영업이익 확대에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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