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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이긴 한데"…'탄핵 특수'에 '웃픈' 인쇄소·관광버스[르포]

"계엄 전후 매출 2배 정도 차이"

진보·보수 세 싸움에 '피켓 전쟁'

온라인 인쇄소 위주로 매출신장

버스대절 업체도 집회에 휘파람

반면 잦은 집회로 관광객 줄면서

숙박·음식점업 등 전망은 '흐림'

21일 오전 서울 중구 충무로 인쇄골목의 모습. 박민주 기자




“계엄 전에는 2주에 10건가량 주문이 들어왔다면 지금은 2배 정도 늘어났습니다. 가격 비교 차원에서 문의를 하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습니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충무로 인쇄 골목의 한 인쇄 업체. 잉크 냄새로 가득 찬 가게 안은 쉴 새 없이 인쇄기가 돌아가고 있었고 직원들은 바쁘게 인쇄된 붉은색 피켓들을 연신 나르고 있었다. 가게 한편에는 다양한 문구가 그려진 깃발들과 대형 현수막들이 놓여 있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연일 대규모 집회가 이어지는 가운데 때아닌 호황을 맞은 업계가 있다. 집회에 단골로 등장하는 피켓과 깃발을 제작하는 인쇄소들이다.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다양한 문구의 피켓과 화려한 디자인의 깃발이 다수 등장하면서 단체는 물론 개인 주문도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3·1절 대규모 집회가 예고된 만큼 주문도 많이 늘어났다는 것이 인쇄 업계의 전언이다. 보수 단체들이 두 갈래로 나뉘어져 있고, 진보 단체 또한 보수 단체 맞불 집회를 예고하고 있어 서로의 세를 과시하기 위한 ‘인쇄물 전쟁’도 벌어지는 모양새다. 을지로에서 인쇄 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한 업주는 “현장에 직접 찾아와서 주문을 넣는 연령대는 대부분 60대 이상”이라며 “집회를 위해 현수막을 주문하던 사람들이 문구만 바꿔 재차 주문을 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온라인상으로 주문을 받는 업체들은 주문이 더 몰리는 상황이다. 경기도 부천에서 온라인 인쇄소를 운영하는 한 판매 업자는 “계엄 전에는 주로 스티커 인쇄 주문이 대부분을 차지했는데, 계엄 이후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깃발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며 “이제는 깃발이 주력 상품이 돼 신기하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깃발은 주로 대량 주문이 아닌 개인이 의뢰해 제작하는 형태”라고 덧붙였다. 다른 업체 관계자 또한 “탄핵 정국 이후 판매량이 2배로 뛰었고, 이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하루 100~200건가량 문의가 들어온다”며 “주문을 받고 공장을 돌리기 급급해진 상황을 미뤄 보면 확실히 바빠진 것이 체감된다”고 말했다.



다만 정치적 인쇄물을 취급하지 않거나 영세한 인쇄업자들은 상황이 악화됐다고 호소했다. 대형 인쇄소와의 양극화가 심화된 탓이다. 을지로의 한 인쇄소 관계자는 “주로 광고 현수막 위주로 하는데 계엄 이후 기업들이 판촉비를 아끼려 하기 때문에 되레 매출이 줄었다”며 “정치 현수막은 하던 곳만 하고 1회성으로 쓰는 만큼 저렴하게 만들어야 해서 단가도 잘 안 맞기 때문에 새로 뛰어들기가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20일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대통령국민변호인단 탄핵 반대 통합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인쇄 업계뿐만 아니라 45인승 대형 버스 운송 업체들도 특수를 누리고 있다. 각 진영이 세 대결에 나서며 총동원을 내린 가운데 전국 각지의 지지자들을 모으기 위해 버스를 대절하는 단체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타격을 입고 어려운 시간을 보내던 관광버스 업체들은 “매출이 살아나고 있다”며 반기면서도 반으로 쪼개진 대한민국의 현실에는 쓴웃음을 지었다. 경북의 한 관광버스 대절 업체 관계자는 “최근 서울로 집회를 가기 위해 버스를 빌리겠다는 단체들이 늘어나 최소한 2주일 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대절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예전에는 관광 수요가 대부분이었다면 지금은 80%가량이 집회·시위 수요”라고 밝혔다.

반면 울상을 짓는 업계도 있다. 숙박업과 요식업이 대표적이다. 숙박업의 경우 집회로 인해 내외국인 관광객이 모두 줄어들어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대규모 집회가 진행되는 지역의 요식업도 마찬가지다. 인파는 몰리지만 정작 실소비층은 발걸음을 다른 곳으로 돌린 탓에 매출이 떨어지는 추세다. 실제 통계청의 ‘2024년 12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숙박 및 음식점업의 생산은 전월 대비 -3.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통계청의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조사 자료에 따르면 음식업의 2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전망 수치는 63.9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BSI 지수가 100 아래면 경기 악화를 예상하는 기업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음식점업의 BSI는 지난해 12월 83.9, 74.6에 이어 3개월 연속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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