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이 뉴욕 증시에서의 기업 간 합병 비율을 제때 반영하지 않고 미국 주식 거래를 진행해 투자자들의 혼란을 야기했다. 국내 대다수 증권사들은 해외 기업의 공시 정보가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 전산 시스템에 제대로 반영될 때까지 거래를 제한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메리츠증권은 그렇지 않은 채 거래를 열어놓은 것이다.
21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20일(현지 시간) 미국 나스닥 시장에서 미고글로벌(티커명 MGOL)과 헤이드마의 병합으로 하이드마(〃 HMR)가 상장했다. 합병 비율은 30대1로 MGOL 주식을 30주 보유하고 있던 주주는 HMR 1주를 지급받는 식이었다. 그런데 메리츠증권은 30대1의 합병 비율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채 거래를 허용해 MGOL 일부 주주들에게 주식 1주당 HMR 주식 1주를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MGOL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투자자는 주식이 30배 ‘뻥튀기’된 것처럼 계좌에 표시됐던 셈이다.
통상 이렇게 기존 주주의 권리가 변경될 경우에는 적확한 내용 반영을 위해 길게는 1주일간 기존 주주의 거래를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간 합병 비율을 포함한 공시 정보는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다수 증권사들은 한국예탁결제원으로부터 공시 정보를 통합해서 일괄적으로 받고 있다”면서 “이 과정(뉴욕 증시의 공시 정보가 한국 증권사에 반영될 때까지)에서 시차가 발생해 증권사들은 주주의 거래를 제한하는 조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HMR 합병의 경우에도 다른 증권사들은 전날 기존 MGOL 주주들의 거래를 제한하는 ‘록업’ 조치를 취했다.
해당 사건은 전날 나스닥 프리마켓(개장 전 거래)에서 한국 시각으로 오후 6시부터 약 1시 30분 사이 벌어졌다. 메리츠증권은 오후 7시 30분께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1시간 30분 동안 체결된 매수·매도 거래를 모두 취소했다. 메리츠증권은 수익률 ‘뻥튀기’ 착오로 주식을 판 뒤 거래를 계속한 투자자들의 이익 취소분까지 모두 보상해주겠다는 입장이다. 메리츠증권 관계자는 “해당 시간 주가가 변동하는 과정에서 손해를 본 계좌는 30여 개, 손실 금액은 현재 1000만 원으로 잠정 추산하고 있고 정확한 손해 규모를 파악해 고객에게 보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번 일로 HMR 주식이 과도하게 시장에 풀리면서 주식 가치가 희석돼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이번 사태로 주식 거래 수수료 ‘완전 제로’ 이벤트를 진행하며 투자자들을 유치하고 있는 메리츠증권에 대한 신뢰 훼손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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