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이 20일 10차 변론을 기점으로 막바지 수순에 접어든 가운데 12·3 계엄을 둘러싼 주요 쟁점이 네 가지로 압축되고 있다. 윤 대통령과 국회 측은 이날도 계엄 요건과 선포 과정의 위헌성, 정치인 체포 지시 논란 등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이어갔다. 헌재는 네 가지 쟁점을 바탕으로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을 임기 중에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위헌 소지가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할 방침이다. 법조계에서는 “관련자 진술과 수사로 확인된 부분이 있으나 헌재가 절차적 문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① ‘국가비상사태’였나
尹 "국가마비 막으려 계엄 선포"
법조계 "줄탄핵 등은 요건 안돼"
尹 "국가마비 막으려 계엄 선포"
법조계 "줄탄핵 등은 요건 안돼"
윤 대통령은 국정운영 마비를 막기 위한 최후의 대안으로 계엄을 선포했다고 주장한다. 거대 야당의 잇단 탄핵과 예산 삭감은 유례가 없는 ‘국정 흔들기’ 였다는 것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이날 “차세대 원전 개발, 검경 특활비 예산 등 대규모 삭감으로 정부 운영에 막대한 차질이 발생했다”고 증언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대통령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도 “야당에 대한 경고와 주권자 국민에 대한 호소”였다고 했다. 반면 국회는 여야의 정치적 대립은 민주주의의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헌법이 부여한 국회의 예산 삭감 권한을 ‘국가비상사태’라고 하는 것은 헌법에 반하는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법조계에서는 야당의 줄탄핵 등을 계엄 요건인 ‘전시·사변’으로 보기에는 무리라는 것이 공통된 시각이다.
②계엄 과정의 위법성
국회 "국무회의 성립 요건 안돼"
'정치무력화' 포고령 위헌 논란도
국회 "국무회의 성립 요건 안돼"
'정치무력화' 포고령 위헌 논란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뤄진 계엄인지 여부도 주요 쟁점이다. 국회 측은 국무회의 심의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선포 과정부터 하자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검경 조사 과정에서 계엄 선포 전 열린 국무회의가 성립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그러나 “국무회의가 아니라면 대통령이 의사정족수(11명)가 될 때까지 30분이나 미루며 기다릴 필요가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한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 형식적 흠결은 있었지만 국무위원들이 모여 걱정과 우려를 표명한 자리였다”면서 “사법부가 판단할 사안”이라고 했다. 정치 활동을 금지한 포고령 1호와 관련해서도 양측은 공방을 이어왔다. 윤 대통령은 “형식상 작성한 것으로 실행 의지가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국회 측은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시위 등 일체의 정치 활동을 금한다’는 내용 자체가 위헌이라는 주장이다.
③ 정치 활동 막았나
"국회봉쇄 중대 위법행위" 주장에
尹 "계엄해제 차단 의도 없었다"
"국회봉쇄 중대 위법행위" 주장에
尹 "계엄해제 차단 의도 없었다"
계엄 해제 의결을 막기 위한 ‘국회 봉쇄’와 ‘정치인 체포 지시’는 가장 다툼이 큰 사안이다. 국회에 군대를 동원한 것은 공공의 질서유지를 위한 목적일 뿐이라는 것이 윤 대통령 측의 주장이다. 반면 국회 측은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 의결을 막기 위해 국회를 봉쇄하려 했고 국회의원 체포 지시를 내려 중대한 위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입장이다. 헌재에 출석한 증인들의 진술은 대부분 윤 대통령 측 주장과 엇갈린다. 헌재가 직권으로 채택한 조성현 육군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은 "이진우 (당시) 수도방위사령관으로부터 국회 본청 내부로 진입해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분명히 받았다"고 증언했다. 특히 정치인 체포 지시 여부는 이번 탄핵 사태의 도화선이었다. 이를 촉발한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은 계엄 선포 당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전화해 정치인 체포 명단을 불러줬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날 “방첩사가 왜 이런 사람들을 체포하려 했는지 궁금했다”며 체포 명단 메모를 복기한 정황과 4차 메모 작성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다만 조태용 국정원장과 윤 대통령 모두 해당 증언의 신빙성이 낮다고 주장했다.
④ 헌법기관 장악 시도했나
尹측 "부실선거 의혹 검증 차원"
국회 "선관위 장악 위해 軍투입"
尹측 "부실선거 의혹 검증 차원"
국회 "선관위 장악 위해 軍투입"
헌재는 계엄 선포 당시 선관위에 군이 투입된 정황에 주목하고 있다. 정형식 재판관은 여 전 방첩사령관에게 “선관위 과천청사, 관악청사, 연수원, 여론조사 꽃에 병력을 출동시킨 것이 맞느냐”고 직접 질의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선관위에 군을 보내라고 한 것은 제가 김 전 장관에게 이야기한 것”이라며 “선관위의 부실 선거 관리, 부정선거 의혹을 검증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혔다. 군을 통해 선관위를 장악할 목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 측은 부정선거 의혹을 입증하기 위해 헌재 측에 중앙선관위 서버 감정 신청을 요청했지만 헌재는 “탄핵 심판에 대한 필요성·관련성이 모두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