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기계 발명가 엘리 휘트니는 ‘표준화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는 한 정씩 수작업으로 제작되던 군용 소총의 모든 부품을 표준화해 공작기계로 대량 생산하는 방법을 창안했다. 표준 부품을 사용하는 것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기술이었다. 그는 1804년 미국 정부 조달의 최대 규모로 소총을 납품하는 데 성공했다. 부품에서 시작된 표준화는 훗날 제조 공정으로 확대돼 헨리 포드는 자동차의 대량생산 시대를 열었다.
표준화는 기업의 흥망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표준화에 성공한 기업은 산업을 주도하는 반면 실패한 기업은 쇠락한다. 그래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업들의 표준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수소와 같은 미래 핵심 산업은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국가 간의 국제표준 경쟁이 더욱 뜨거워질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도 수소 기술 국제표준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직 수소·연료전지 분야는 기술 수준과 글로벌 시장 규모 모두 초기 단계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보유한 액화수소의 저장·운송 또는 수소 모빌리티 기술 등 핵심 분야가 국제표준으로 제정되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하는 튼튼한 발판이 될 것이다.
우리 기관은 표준개발협력기관(COSD)으로 수소 기술의 국제표준화를 이끌고 있다. 비교 우위에 있는 기술을 선정해 국제 공동 연구 사업을 주관하면서 산학연과 함께 5년 동안 매년 2건씩 총 10건의 국제표준을 제안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우리나라에서 처음 개최된 ‘제33차 국제표준화기구(ISO)/기술위원회(TC)197 총회’에서 한국이 주도적으로 개발한 2종이 국제표준으로 제안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번에 제안된 2종은 ‘수전해 기술의 성능평가 시험방법’과 ‘수소 튜브트레일러용 고압가스 시험방법’이다.
수소산업은 성장 잠재력이 매우 크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체 에너지 가운데 수소의 비중이 2020년 1.7%에서 2050년 14%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수소 수요는 2050년 4억 3000만 톤, 시장 규모는 12조 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2조 달러로 예상되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6배, 6000억 달러인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20배나 되는 규모다.
비약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글로벌 수소경제를 선점하기 위해 세계의 기업들이 모여들고 있다. 출발선에 있는 우리 기업들이 한 걸음 앞서 뛰면서 수소 기술의 국제표준화를 선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나라 수소 분야 소·부·장 기업들로 구성된 K테크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우리 기관이 앞장서 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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