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18일(현지 시간) 미 폭스뉴스와 사전 녹화한 머스크와의 공동 인터뷰에서 “머스크가 확인한 낭비와 사기·남용·부패는 전체의 1%에 불과하다”며 “지옥처럼 부정한 계약 등 발견되지 않은 것이 너무나 많다. 머스크는 낭비된 돈을 1조 달러는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교육에 900만 달러가 쓰이고 극장에서 나오는 청중의 대화를 평가하는 데 400만 달러를 주고 있다”며 “뇌물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인터뷰 내내 옆자리에서 친근함을 과시한 머스크도 트럼프의 주장에 강하게 동조하며 ‘1조 달러 감축’을 목표로 내세웠다. 그는 “연간 2조 달러에 달하는 적자를 물려받아 미칠 지경”이라며 “개인이 과소비하면 파산하듯 적자를 통제하지 못하면 미국도 파산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의료·사회보장 관련 예산을 유지하겠다는 기존 입장도 재확인했다. 트럼프는 “의료보험(메디케어)과 사회보장은 ‘사기’가 발견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와 머스크는 자신들의 밀착이 연방법 위반, 이해 충돌 등 위헌 요소가 있다는 일부 언론의 지적에 대해서는 ‘딥스테이트(Deep State)’의 저항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림자 정부’로도 불리는 딥스테이트는 정부 내에서 민주당의 이익을 추구하는 관료 집단이 정책을 좌지우지 한다는 음모론이다. 머스크는 워싱턴DC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의 지지율이 92%에 달했다며 “대통령과 내각에 완강히 반대하는 선출되지 않은 관료 권력(bureaucracy)이 있다”며 “국민이 뽑은 대표인 대통령의 의지가 이행되지 않는다면 민주주의국가가 아닌 관료주의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도 “그들(반대자들)이 가장 먼저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며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국가에 해로운 사기꾼들”이라고 맹비난했다.
인터뷰의 절반은 각자에 대한 ‘칭찬’과 ‘찬사’로 채워졌다. 정부효율부 활동과 정경 유착에 대한 외부 비판에도 머스크에 대한 전폭적 지지에 흔들림없음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셈이다. 트럼프는 테슬라·스페이스X 등 머스크의 사업 성공에 대해 찬사를 보내며 “내 목표는 훌륭한 사람을 모으는 것이었고 머스크보다 똑똑한 사람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훌륭하고 놀라운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정경 유착과 이익 충돌 논란에 대해서도 머스크의 주요 사업체인 테슬라의 보조금이 삭감되지 않았냐며 반문했다. 트럼프는 “전기차 보조금 삭감이 마음에 안 들었을 수도 있지만 머스크는 나에게 어떠한 부탁도 하지 않았다”며 "머스크는 테슬라가 다른 전기차보다 더 나은 제품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공평한 경쟁의 장이 존재하는 한 내가 무엇을 하든 상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머스크를 향해 “이해 충돌이 생긴다면 당신은 업무에 관여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했고, 머스크 또한 “당연하다. 나는 이해 충돌 상황을 피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날 인터뷰는 보수 성향 매체인 폭스뉴스에서 미 동부 시각 기준 오후 9시인 ‘황금 시간대’에 방영됐다. 진행자 또한 보수 성향의 언론인 숀 해너티였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안방’에서 편안히 이뤄진 인터뷰다. 실제 해너티는 딥스테이트 음모론에 대한 질문을 먼저 꺼내는 등 트럼프와 머스크가 선호할 만한 내용만 질의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와 머스크가 서로를 칭찬하며 연방정부의 낭비를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전문가들은 그 숫자가 달성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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