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가상자산 규제 기관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폴 앳킨스 위원장이 대부분의 가상자산은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가상자산 시장에 증권법의 잣대를 대는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규제 일변도 기조와 결별하고 산업 육성에 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31일(현지 시작)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앳킨스 위원장은 이날 아메리카퍼스트정책연구소 주최로 워싱턴DC에서 열린 가상자산 컨퍼런스에서 “과거 SEC가 뭐라고 했든 가상자산 대부분은 증권이 아니다”라며 “가상자산의 증권 여부를 판단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가상자산의 증권 여부는 업계와 당국에서 논란이 됐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개리 겐슬러 전 SEC 위원장은 비트코인을 제외한 주요 가상자산과 거래소에 증권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업계는 이 같은 규제 기조가 디지털 자산에는 부적절하다며 가상자산의 범주에 대한 새로운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앳킨스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백악관 가상자산위원회가 ‘디지털 금융기술 분야의 미국 리더십 강화’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한 지 하루 뒤 나와 더욱 주목을 끈다. 이 보고서는 SEC와 상품거래위원회(CFTC) 등이 연방 차원에서 가상자산 기술과 시장을 활성화할 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다. 앳킨스 위원장은 이날 백악관의 권고에 대응해 ‘프로젝트 크립토’라는 정책 계획을 발표하면서 “백악관 보고서에 담긴 권고 사항을 신속히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프로젝트 크립토 정책은 증권과 상품을 분류하는 가이드라인 마련 외에도 △가상자산 발행과 보관, 거래에 대한 명확한 규칙 제정 △중복 규제 방지를 위한 사업자 라이선스 체계 개편 △초기가상자산공개(ICO)·에어드롭·채굴 및 예치 보상 활동에 대한 공시나 면제 규정 마련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마켓워치는 “업계의 희망사항 목록을 대부분 충족시키는 내용”이라고 평가했다.
일부에서는 SEC의 이번 발표로 다시 한번 가상자산공개(ICO) 열풍이 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정치 매체 악시오스는 “SEC가 세계 가상자산 수도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전폭적으로 동참하고 있다”며 “ICO가 대대적으로 부활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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