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배당을 늘려달라’ ‘자사주 매입·소각해달라’ 정도였다면 이제는 회사 정관 개정까지 요구하고 있습니다.”
윤태준 액트 연구소장은 19일 서울 여의도 오투타워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올해 주주 제안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다”며 달라진 소액주주들의 행보를 설명했다. 국내 최대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회원 10만 명, 시장점유율 50% 이상)를 이끌고 있는 그는 한국 자본시장에서 소액주주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올해는 임원 보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윤 소장은 “많은 주주들이 ‘정관 개정을 통해 임원 보수를 규율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다”며 “유럽과 미국에서는 ‘세이온페이(Say on Pay)’라는 제도가 있어 임원 보수 지급 시 주주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이온페이는 임원 보수를 주주총회 표결을 거쳐 정하는 제도다. 보수 정책은 주주의 승인을 얻어야 집행할 수 있으며 보수 정책에 대한 주주총회 결의는 최소 3년마다 이뤄진다.
윤 소장은 “올해 주주들은 대표이사 보수 산정 기준을 공개하고 지급 시 주주 동의를 얻도록 하는 등 구체적인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139480)·DB하이텍(000990)·롯데쇼핑(023530)·율촌화학(008730)·솔루엠(248070)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밖에도 정기적인 개인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 개최를 정관에 명시하자는 제안도 하고 있다. 윤 소장은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약 60개 기업에서 주주 제안이 이뤄질 것”이라며 “지난해 40개 대비 50% 늘어난 규모”라고 강조했다.
특히 윤 소장은 한국 자본시장의 고질적인 문제로 ‘불법 주주총회’를 꼽았다. 윤 소장은 “소액주주들이 힘들게 모은 의결권이 불법적으로 무력화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법원이 제3의 독립적인 주주총회 의장을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또 “상장폐지나 거래 정지 종목의 3분의 2는 대주주의 횡령·배임에서 시작된다”며 “이런 대주주가 여전히 의결권을 행사하면서 회사를 망가뜨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횡령·배임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윤 소장은 “상법 개정 논의가 대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중소 상장사의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대안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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