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쓰는 개방형 플랫폼을 지향합니다. 게임 개발사 어떤 곳이든 크로쓰 플랫폼을 활용해 전 세계에 블록체인 게임을 출시할 수 있습니다.”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장현국 넥써쓰(NEXUS·옛 액션스퀘어(205500)) 대표는 크로쓰의 장점으로 개방성을 강조하며 이 같이 말했다. 블록체인 게임은 게임 내부에서 사용하는 아이템을 공용 코인을 통해 외부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경제 시스템을 연동한다. 그는 “크로쓰가 글로벌 최대 규모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블록체인 게임 출시를 희망하는 곳들이 가장 먼저 찾는 플랫폼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크로쓰 10억 개 발행…다음달 해외 거래소 상장
크로쓰는 넥써쓰가 설립한 재단이 발행하는 이더리움 기반 코인이다. 여러 종류의 게임 아이템을 크로쓰라는 하나의 코인으로 거래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단순 코인 발행을 넘어 플랫폼 역할도 한다. 플랫폼에 속한 여러 게임이 크로쓰를 공용 화폐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가 크로쓰 플랫폼에 들어오면 각각의 아이템인 ‘G코인’과 ‘다이아’를 크로쓰로 구매할 수 있게 된다. 게임마다 다른 화폐 가치는 크로쓰를 통해 하나로 정리된다.
장 대표는 “게임 개발사들이 게임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각각의 아이템을 자체적으로 발행하고 이후 외부 거래소에서 크로쓰를 통해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라며 “크로쓰가 플랫폼 내에 들어와 있는 게임들의 공용 화폐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늦어도 내년까지는 100개 이상의 게임을 크로쓰 플랫폼으로 들어오게 하겠다”며 “국내 게임보다는 해외 게임들의 비중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넥써쓰는 이미 스위스에 설립된 재단인 ‘오픈 게임 파운데이션(OGF)’을 통해 크로쓰 코인 10억 개를 발행했다. 장 대표는 크로쓰 프로젝트 계획을 처음 공개할 때 코인의 추가 발행은 물론 재단 보유 분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과잉 공급으로 인한 변동성을 방지해 코인의 신뢰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발행된 크로쓰는 자체 블록체인 시스템에 보관돼 있다. 재단 인가 절차가 완료되면 본격적인 해외 코인거래소 상장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달 중 재단 설립 인가를 마치고 이르면 내달 중 거래소 상장도 완료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 대표는 “국내보다는 많은 사람이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신뢰도가 보장된 해외 대형 코인거래소 상장을 우선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어떤 거래소에 상장되는지가 크로쓰의 초반 흥행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 수수료·게임 흥행 통해 올해 '흑자전환'
장 대표는 넥써쓰의 체질 개선을 통한 수익성 강화를 노린다. 크로쓰 플랫폼을 활용해 수익 모델을 다변화하는 한편 자체 게임 개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올해에는 2015년부터 이어진 적자 경영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구상이다. 장 대표는 “올해 블록체인 사업뿐 아니라 게임 사업 자체만으로도 흑자를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넥써쓰는 자체 게임 출시에도 집중하고 있다. 특히 6월 출시 예정인 ‘던전 스토커즈’에 관심이 쏠린다. 던전 스토커즈는 PC게임으로 먼저 출시되고 향후 모바일 버전으로도 계획 중이다. 넥써쓰는 하이브IM와 던전 스토커즈의 퍼블리싱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넥써쓰는 OGF와는 철저히 분리돼 운영된다. 넥써쓰는 OGF와 계약을 맺고 블록체인 거래 시스템 등을 개발하면서 크로쓰가 원활히 거래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장 대표는 “넥써쓰는 블록체인 시스템 개발 회사로서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며 “재단 내부에 개발 역량을 갖추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를 넥써쓰가 지원하는 형태라고 보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넥써쓰의 주요 수익모델은 게임 아이템 거래 수수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임 이용자들이 거래소에서 크로쓰로 여러 게임 아이템을 거래하면 넥써쓰는 이중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다. 수수료는 현금이 아닌 크로쓰로 지급된다. 넥써쓰는 해당 크로쓰를 현금화하는 방식으로 매출을 낼 계획이다. 크로쓰를 통한 아이템 거래가 활발해지고 크로쓰의 가격이 높아질 수록 넥써쓰의 매출도 함께 늘어나게 되는 셈이다.
장 대표 “내년 초 넥써쓰 최대주주 오를 것”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장 대표는 1996년 넥슨에 입사하며 게임 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네오위즈게임즈에서 전략기획본부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하며 승승장구했다. 이후 위메이드 대표(부회장)를 거쳐 지난 7일 넥써쓰 공동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했다. 위메이드 대표 시절에는 크로쓰와 같은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위믹스’의 개발·운영을 주도하며 '나이트 크로우'·'미르' 등 흥행작을 탄생시켰다. 새롭게 등장한 넥써스를 두고 블록체인 업계에서 깊은 관심을 보이는 이유도 이 같은 장 대표의 전력 때문이다.
장 대표는 앞서 50억 원을 넥써쓰에 투자해 2대 주주(10.11%) 지위를 확보했다. 그는 현 최대주주인 링크드(193250)가 보유한 지분 약 40%와 최근 넥써쓰가 발행한 200억 원 규모 전환사채(CB)의 절반에 대한 매수권리(콜옵션)를 확보한 상태다. 행사 가능 시점은 각각 올해 12월과 내년 1월이다. CB를 인수해 보통주로 전환하고 링크드 지분에 대한 콜옵션을 행사하면 지분율이 약 27%까지 늘어난다. 확고한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돼 안정적인 회사 운영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장 대표는 “내년 초에는 CB와 기존 주주의 지분에 대한 매수 권리를 모두 행사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이번 넥써쓰 합류에 대해 “회사를 인수했다기 보다는 새롭게 창업에 나선 것”이라고 표현했다. 창업의 방법으로 상장사 인수를 택한 이유에 대해선 “속도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상장사가 가진 자원과 인재 확보, 자금 조달 역량을 활용해 빠르게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사업을 키워나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게임 개발사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개발 역량을 높이고 유망 게임 지식재산권(IP)도 확보할 계획이다. 장 대표는 “게임 회사로서 개발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자체 게임 IP 확보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며 “또 지금 계획대로면 크로쓰도 3년 안에 글로벌 1등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