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제 예외 적용을 골자로 한 반도체특별법 처리가 1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무산되자 여야는 ‘네 탓’ 공방을 벌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반도체특별법 통과가 국민의힘의 반대로 불발됐다”며 “무책임한 몽니로 국가의 미래가 걸린 산업 경쟁력이 발목 잡히고 말았다”고 여당을 비난했다. 여당이 주 52시간제 예외를 고집해 정부 지원 등의 내용이 담긴 반도체특별법도 처리하지 못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여당은 “연구개발(R&D) 인력들이 주 52시간제에 발목 잡히면 반도체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주 52시간제 완화 방안을 강력히 반대하며 반도체특별법의 산자위 소위 통과를 막았다.
이 대표는 이달 3일 반도체특별법 토론회를 주재하면서 “몰아서 일하게 해주자는 게 왜 안 되느냐 하니 할 말이 없더라”며 R&D 인력의 주 52시간제 예외 검토를 시사했다. 그러나 노동계 등이 반발하자 이 대표는 주 52시간제 예외를 뺀 반도체특별법을 처리하자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반도체 산업의 강자인 대만 TSMC와 미국 엔비디아 등의 인력들은 밤에도 불을 켜고 연구하는데 우리는 주 52시간에 묶여 저녁에 퇴근해야 한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반도체특별법 처리 불발에 대해 “주 52시간 특례가 포함되면 장시간 노동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는 진정성을 갖고 소통하면 충분히 해소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대표도 집중 근무의 필요성에 공감했던 만큼 폭넓은 소통을 통해 경제 살리기 입법 과정에서 정치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주 52시간제 예외가 빠진 반도체특별법은 ‘앙꼬 없는 찐빵’이나 다름없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5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주 52시간 제도가 기업 R&D에 미치는 영향’ 조사에서 기업 연구 부서의 75.8%가 ‘R&D 성과가 줄었다’고 답했다. 최근 ‘성장 우선’을 내세우는 이 대표의 경제 행보가 공감을 얻으려면 핵심인 주 52시간제 완화가 들어간 반도체특별법 처리를 위해 협력해야 한다. 그러잖으면 민주당이 내세우는 ‘경제 중심 정당’ ‘코스피 3000’ 구호의 진정성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