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고려아연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해외 계열사를 활용해 국내 계열사의 주식을 매입하면서 상호출자 규정을 위반했다는 신고가 지난달 말에 접수된 데 따른 것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고려아연이 해외 계열사의 명의만 이용해 규제를 회피하는 탈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신고가 접수돼 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영풍과 MBK는 고려아연이 경영권 방어 과정에서 해외 계열사를 통해 국내 계열사 주식을 매수한 것이 상호출자 및 순환출자 규정 위반이라고 공정위에 신고한 바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제한 기업집단에 속하는 기업 간의 상호출자와 순환출자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해당 규정은 국내 계열사에만 적용되며 해외 계열사에 대해서는 규정이 없어 규제 대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해외 계열사에 대한 공시 의무를 국내 수준만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현재로서는 국외 계열사로 확대해 규제를 확장할 특별한 상황은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4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담합 의혹을 재조사하기 위해 현장 조사를 계속 이어가고 있다. 10일에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을 조사한 데 이어 이날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에도 조사관을 보내 현장 조사를 또다시 진행했다. 이번 재조사가 업계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한 위원장은 “이미 과거에 조사를 마치고 안건을 상정해 심의하거나 조사를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업계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조사나 심의 과정에서 세심하게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신정부 출범을 맞아 공정위가 추진 중인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제재 등으로 인해 미국과의 통상 마찰 우려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집중적으로 나왔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서 한 위원장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 환경 변화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될 수 있도록 향후 입법 논의 과정에서 국회와 협의하고, 미국 측과도 지속적으로 소통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공정위는 미국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 업체 시놉시스의 앤시스 인수와 관련한 기업결합 심사를 이달 초에 전원회의에 안건으로 올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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