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블루칼라 직업은 ‘힘들고 임금이 낮다’는 인식 속에 갇혀 있었다. 육체적인 노동이 주를 이루고 학력보다 경험이 중시되는 특성상 사회적으로 과소평가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며 블루칼라 직업의 중요성과 가치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블루칼라 직업은 경험과 기술에 따라 소득이 증가하는 구조를 가진다. 숙련도를 높이고 전문성을 갖출수록 급여가 상승하며 창업의 기회도 열린다. 전기 기사나 배관공은 경력이 쌓일수록 시급이 오르고 기술 창업을 통해 성공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는 일부 블루칼라 직종의 연봉이 사무직을 초과하는 경우도 있다. 발전소 엔지니어나 엘리베이터 설치·수리공의 평균 연봉은 한화로 약 1억 3400만 원 이상으로 미국 직장인 평균 연봉의 2배에 달한다. 국내에서도 숙련된 기술직은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지만 블루칼라 직업에 대한 인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행히 최근 몇 년 새 블루칼라 직업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다. 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취업준비생의 80%는 블루칼라 직업을 기피하지 않으며 53.4%는 이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일부 사무직이 대체될 위험성이 커지면서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블루칼라 직업은 높은 기술력과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로 변화하고 있다. 이제는 단순노동이 아닌 숙련된 전문직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자동차 정비사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기술을 습득해야 하고 건설 기술자는 스마트 건설 기법과 친환경 공법을 익혀야 한다. 타일공조차 최신 시공법과 디자인 트렌드를 반영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따라서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를 단순히 구분하는 기존의 방식은 시대에 맞지 않는다. ‘숙련 전문가’ ‘스킬 마스터’와 같은 명칭을 통해 블루칼라 직업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확립해야 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명칭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인식 개선과도 연결된다.
이를 위해 기업과 정부 차원의 지원도 필요하다. 최근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명장제도’가 중견기업으로 확산되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또 블루칼라 직업을 희망하는 이들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과정과 자격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독일의 ‘마이스터제도’처럼 숙련공을 전문가로 인정하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기술직 종사자의 사회적 위상도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다.
블루칼라 직업을 기술 기반의 전문 직종으로 인식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직업의 가치는 직군이 아니라 숙련도와 전문성에 의해 결정된다. 블루칼라 직업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변화할 때 더 많은 사람들이 그 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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