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쌀 부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당국은 쌀값 급등이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13일 일본 주요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쌀 가격 급등에 대응해 14일 비축미 방출 계획을 발표한다. 이를 위해 농림수산성은 대흉작이나 재해 때만 방출할 수 있었던 비축미를 ‘원활한 유통에 지장이 생긴 경우’에도 판매할 수 있도록 운영 지침을 변경했다.
일본은 지난해 8월부터 ‘쌀 품귀 현상’이 심화하면서 쌀값이 2배 가까이 뛴 상태다. 지난해 1월 5㎏에 2440엔이던 쌀값(도쿄, 고시히카리 기준)은 같은 해 9월 3000엔을 넘어섰고 올 1월에는 4500엔까지 치솟았다.
이 같은 쌀 부족 사태, 일명 ‘레이와(令和, 일본 연호) 쌀 소동’은 생산량 급감과 외국인 관광객 증가, 재해로 인한 사재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023년 폭염으로 쌀 품질이 크게 떨어진 가운데 방일 외국인 관광객이 늘면서 쌀 수요가 급증했다. 여기에 대지진 임시 정보 발표, 10호 태풍 등 재해 이슈가 더해지며 쌀 수요가 폭증했다는 분석이다.
9월 햅쌀이 출하됐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전체 쌀 생산량은 전년 대비 18만 톤 늘었지만 도매업자들이 농가로부터 거둬들인 쌀 규모는 21만 톤 감소했다. 총 39만 톤의 쌀이 다른 곳으로 흘러갔다는 의미다. 농림수산성은 “쌀은 충분히 공급되고 있는데 시장에 출하되지 않고 있다”며 “(쌀값 급등에 편승해) 지금까지 쌀을 취급하지 않던 사람들까지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일부 도매업자들이 높은 가격을 제시하며 쌀을 직접 매입하는 등 사재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에 쌀이 제대로 풀리지 않자 소매점에서는 1인당 쌀 구매 제한을 하는가 하면 외식 업계는 밥이 포함된 정식 메뉴의 ‘밥 무료 리필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하거나 잡곡을 섞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쌀값 폭등은 소비자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일본 소비자물가지수(CPI)에서 쌀 관련 품목은 전년 동월 대비 64.5% 상승해 1971년 1월 이후 비교 가능한 통계에서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쌀값 상승은 연쇄적으로 삼각김밥(8.3%)과 초밥(4.6%) 등 외식 가격 인상으로 이어졌고 신선식품을 포함한 12월 CPI 종합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3.6% 뛰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12일 중의원 재정금융위원회에 출석해 “식료품 등 구매 빈도가 높은 품목의 가격 상승이 국민 생활에 강한 (마이너스) 영향을 주고 있다”며 “식료품 가격 상승이 소비심리에 타격을 줄 리스크가 ‘제로’는 아니다”라고 우려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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