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연봉 상승률이 전년과 다르게 큰 격차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신입 채용을 보류하고 신규 투자를 최소화하는 등 지난해보다 보수적인 기조를 펼치는 중견기업이 늘어날 전망이어서 이러한 양극화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채용 플랫폼 잡플래닛이 개인 인증을 거쳐 고용보험 등으로부터 수집한 약 127만 건의 연봉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4년 평균 연봉 인상률은 8.5%로 집계됐다. 이는 2.9%의 상승률을 기록한 2023년 대비 5.6%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이러한 깜짝 반등은 금융·반도체·화학·에너지 등에 속한 대기업이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 규모 기준 평균 연봉 인상률은 대기업 9.0%, 중견기업 5.7%, 중소기업 3.7%로 각각 집계됐다. 2023년 평균 연봉 인상률은 대기업 2.8%, 중견·중소기업 3.0%로 엇비슷했지만 지난해부터 큰 폭으로 벌어지는 추세다.
IT 및 전통 제조업 분야에서 연봉 상승이 눈에 띄었다. 전자·반도체 부문은 2023년 대비 11.3%가 올랐고, 화학·에너지 부문도 11.1%가 인상됐다. 같은 기간 토목 설계 부문 역시 11%로 상위권에 속했다. 잡플래닛은 지난해 채용 시장이 부분적으로 정상화되면서 2021년 기록한 마이너스 인상률 등과 같이 코로나19 이후 보류해왔던 연봉 상승분이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했다.
업계에서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연봉 양극화 현상이 올해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임직원 처우 개선을 목표로 한 연봉 상승은커녕 신규 채용을 포기하는 중견기업이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 1월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중견기업 800개사를 대상으로 '2025년 중견기업 고용 전망 조사'를 실시한 결과 52.6%는 '신규 채용 규모를 전년만큼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 반면 25.9%는 '채용 규모가 감소할 것'이라고 답했다. 신규 채용 규모를 줄이겠다고 응답한 기업들은 △실적 악화 및 수요 감소'(40.7%) △비용 절감(30.1%) △경기 악화 우려'(15.4%) 등을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특히 올해 채용 규모를 확대할 것이라고 응답한 중견기업은 지난해 7월 대비 9.7% 포인트 감소한 21.5%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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