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으로 수입되는 철강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을 두고 이희근 포스코 사장이 급변하는 정세에 기민하게 대응해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사장은 12일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트럼프 1기 때 그랬듯 유연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포스코도) 여러 가지 경쟁력 강화 방안을 통해 파고를 잘 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정부의 적극적인 통상 대응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집권기 때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부과하려고 하자 양국 정부는 관세 부과 하루 전 쿼터제에 합의했는데, 이처럼 추후 협상을 통해 관세 적용 대상과 범위 등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포스코는 “이번 발표로 한국 철강 수출에 엄중한 환경이 조성됐다”며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으며 정부 대미 협상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예외나 면제 없이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을 담은 포고문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로 한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 트럼프 1기 당시 쿼터제 국가들에 대해서도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25% 관세는 3월 12일부터 적용 받는다.
한국은 미국으로 수출하는 철강 제품 263만 톤까지는 비과세로 수출할 수 있는 쿼터제를 적용받아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첫 임기였던 2018년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를 발표했을 때 한국은 미국과의 별도 합의를 통해 쿼터제를 도입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로 국내 철강 업계는 패닉에 빠졌다. 미국이 최대 수출 시장인데 25%의 관세를 떠안고 현지 업체들과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미국향 철강 수출 금액은 43억 4700만 달러(약 6조 3000억 원)이다. 일각에서는 수출 제한 물량은 유지되는 동시에 25%의 관세가 부과되는 최악의 경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철강 업계는 25%의 관세를 안고서도 현지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품목들을 선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국내에서 미국으로 수출된 철강은 277만 톤인데, 이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품목은 강관(109만 톤)이다. 열연강판(50만 톤), 중후판(19만 톤), 컬러강판(15만 톤) 순으로 수출 물량이 많았다.
아울러 업계는 미국의 철강기업이 생산할 수 없는 품목에 대한 경쟁력도 확보할 방침이다.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 1기 때도 쿼터제를 도입하며 미국 내 생산이 어려운 일부 품목에 대해 쿼터제 적용을 면제했다. 철강을 사용하는 미국 현지 업체가 정부에 품목예외를 신청하면 정부가 받아들이는 방식이었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포고문에 예외 없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이 있지만 미국에서 생산하기 어려운 철강재들은 해외에서 수입할 수밖에 없고 그 품목들에 대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수익성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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