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기업들 사이에서 강(强)달러 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달러 가치가 치솟자 세계시장에서 미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8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미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달러인덱스)는 7일 108.040을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수 국가를 상대로 ‘상호 관세(reciprocal tariff)’를 부과하겠다고 하자 달러지수는 전일 대비 0.33% 상승했다. 올 1월 초 109대를 넘어선 데 비해 다소 하향 안정화된 것이지만 지난해 9월과 비교해서는 약 7% 상승하는 등 달러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미국 재계에서는 강달러 현상이 기업 경영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달러 가치가 높아지면 세계시장에서 미국 상품 가격이 올라가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외국 통화가 달러 대비 약세일 경우 해외에서 거둘 수익의 가치가 줄어든다는 점도 고민이다.
실제 골드만삭스 분석에 따르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상장 기업의 경우 매출의 약 30%가 해외에서 발생하며 달러 가치가 약 10% 높아지면 기업 주당순이익(EPS)은 약 2%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분기 실적 행사에서 S&P500 기업 중 약 40%가 향후 기업 이익과 관련해 환율 리스크를 우려한다고 언급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미국의 대표 기술 기업 아마존도 실적 발표에서 “1분기 실적 전망은 환율로 인해 이례적으로 큰 악영향을 예상하고 있다”며 달러 강세를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외환 전략가인 하워드 두는 “기업 최종 이익에 가장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은 달러의 예상치 못한 상승”이라고 짚었다.
전문가들은 달러화 강세가 한동안 지속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US뱅코프의 폴라 커밍스 FX세일즈 대표는 “달러화 가치가 높은 수준에 머물고 이는 2025년 내내 지속될 것이라는 폭넓은 컨센서스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강달러 정책은 트럼프 대통령과 전적으로 일치한다”며 “우리는 달러가 강세를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트럼프 행정부 1기인 2018년 달러가 10% 상승한 가운데 관세 전쟁 충격까지 더해지면서 미국 주요 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면서 “달러화 급등으로 아마존에서 애플에 이르기까지 미국 다국적 기업들의 수익 전망이 어두워졌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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