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투자가가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 반도체주를 정리하면서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종목인 네이버(NAVER(035420))·카카오(035720)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중국의 딥시크로 저비용·고효율 AI 모델의 개발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네카오’가 주목 받은 반면 AI 인프라에 필수적인 반도체 종목에 대해서는 투심이 악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시작된 점도 제조업보다 소프트웨어 분야가 주목받는 이유로 분석된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딥시크와 트럼프 행정부 관세 부과에 영향을 받은 지난달 31일부터 7일까지 네이버(1907억 원)를 가장 많이 매입했다. 카카오도 363억 원어치 사들였으며 계열사인 카카오페이(377300)(304억 원), 카카오뱅크(323410)(217억 원)도 적극 담았다. 반면 반도체 종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1조 836억 원, 516억 원어치를 시장에 내던졌다.
특히 외국인의 네이버 매수세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지난달 2일부터 24일까지 17거래일 간 외국인은 1662억 원 규모로 네이버를 사들인 바 있다. 앞서 외국인은 지난달 2일부터 24일까지 SK하이닉스를 1조 7766억 원어치 사들였고 카카오는 474억 원가량 매도했는데, 31일부터는 SK하이닉스를 정리했고 카카오는 담았다.
이는 저비용·고효율 AI 모델인 딥시크가 등장하면서 후발 주자인 한국에게도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에 네이버와 카카오 등 인터넷 종목을 사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후발 주자가 선도 업체를 적은 규모의 투자로 추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4일 한국을 찾아 카카오와 협력을 밝힌 점도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반도체 종목은 저비용 AI 모델의 등장으로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에 더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가 시작됐다는 점까지 악재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기조가 증시에 지속적인 불확실성이 될 것으로 전망하면서 관세와 관련 없는 종목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이고 견고하게 꾸리기 위해서는 무역과 상관 없는 소프트웨어 업종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승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국내 인터넷 업종은 오픈소스 진영에 속하기 때문에 오픈소스 모델의 성공이 낙수 효과로 떨어지는 구조”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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