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관세 전쟁 우려가 아직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은 다음 주 미국 통상 정책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업종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구체적으로는 정보통신(IT)·자동차·2차전지 업종보다는 방산·조선·바이오·엔터 등을 눈여겨보라고 설명했다. 최근 중국 ‘DeepSeek(딥시크)’ 이슈와 오픈AI 창립자 샘 올트먼과의 협력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가 상승 중인 국내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관련주도 다음 주 좋은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이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한 주(3~7일)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31일 종가(2517.37포인트) 대비 0.18%(4.55포인트) 오른 2521.92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지수는 31일 종가(728.29) 대비 14.61포인트(2.01%) 오른 742.90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 모두 지난주 첫 거래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 등 교역국의 관세 부과 조치를 본격화하며 큰 폭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의 관세 부과 조치를 한 달간 유예한다고 밝히자 국내 증시는 반등했다.
지난주 국내 증시에서는 외국인 투자가들의 매도 행렬이 이어졌다. 외국인은 지난주 한 주 코스피 시장에서만 주식 현물 6122억 원어치를 팔아 치웠다. 외국인은 지난주 한 주간 주식 선물도 1682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기관 투자가 역시 코스피 시장에서 주식 현물 2648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개인 투자자들이 홀로 주식 현물 3600억 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 추가 하락을 막았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반대 흐름이 나타났다. 외국인은 지난주 한 주 코스닥 시장에서 주식 현물과 선물 각각 3018억 원어치와 1851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코스닥 주식 현물 1483억 원어치와 473억 원어치를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발 관세 전쟁 우려가 완전히 해소된 게 아니라며 다음 주 국내 증시는 박스권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진행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미일 정상회담에서 다음 주 다수 국가에 대한 상호 관세 부과를 실시하겠다고 예고했다.
미중 갈등 심화 우려도 남아있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유예되긴 했으나 아직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트럼프 대통령 간 통화도 진행되지 않았다”며 “통화 이후 결과에 따라 주식 시장 방향성이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그러면서 다음 주 코스피 지수가 2450~2580포인트 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국 통상 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보며 이에 무관한 기업에 투자할 것을 권고했다. 구체적으로는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인상 압박으로 주가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방산과 트럼프 대표 수혜주로 분류되는 조선 업종을 꼽았다. 아울러 바이오와 엔터 업종도 눈 여겨보라고 조언했다. 신승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번 실적 시즌의 승자는 해외 매출 비중이 높고 미국 통상 우려와 무관한 기업들”이라고 강조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아울러 AI 소프트웨어 투자 전망도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최근 국내 AI 소프트웨어 관련주는 지난 달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발표와 함께 최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방한으로 미국 거대 기술 기업(빅테크)과의 협력 기대가 커지며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 카카오(035720) 주가는 지난주 한 주 동안 16.04% 상승했다. 신 연구원은 “중국 딥시크 추격을 뿌리치고 AI 기술 패권을 유지하기 위한 한·미·일 3자 동맹에 우리 기업들의 본격적인 협력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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