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에 정부의 물가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는 틈을 타 식품 업계가 제품 가격을 무더기로 인상하고 있다.
7일 SPC그룹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는 10일부터 빵류 96종과 케이크 25종의 가격을 평균 5.9%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권장 소비자가격이 오르는 품목은 △그대로토스트(3600원→3700원, 2.8%) △소보루빵(1500원→1600원, 6.7%) △딸기블라썸케이크(1만 9000원→1만 9900원, 4.7%) 등이다.
빙그레도 이날 커피·과채음료 및 아이스크림 22종의 판매가를 다음 달부터 평균 14.7% 올리겠다고 밝혔다. 롯데웰푸드는 지난해 6월 제품 가격을 높인 지 8개월 만인 6일 과자와 아이스크림류 등 26종의 가격을 평균 9.5%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새해 들어 불과 한 달 남짓 동안 최소 11개의 식품 관련 업체들이 식음료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오뚜기·대상·동아오츠카 등 식음료 제조사부터 버거킹 등 버거 프랜차이즈, 스타벅스·폴바셋을 포함한 커피 브랜드까지 품목도 다양하다. 소비자에게 공지 없이 가격을 올리고 대상 품목과 인상 폭도 공개하지 않는 할리스커피 같은 경우까지 고려하면 실제 사례는 이보다 휠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먹거리뿐 아니라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여성용품과 샴푸, 건전지 등 생활용품 가격도 줄줄이 뛰었다. 생리용품 템포(10입) 가격은 6800원에서 7900원으로, 미장센 샴푸(680㎖)는 1만7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손세정제인 아이깨끗해 가격은 7900원에서 8900원으로 각각 껑충 올랐다. 에너자이저 건전지 17종 가격역시 100∼500원씩 상승했다.
유통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내내 식품사 등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하는 등 정부 부처의 압박이 많았는데 계엄 사태 이후 물가 관련 요청이나 공문이 거의 없어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11일 송미령 장관 주재로 식품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을 불러 가공식품 물가 안정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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