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이 연일 고공 행진 중인 가운데 지난해 세계 금 수요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요국 중앙은행에 의한 매입이 3년 연속 1000톤을 넘어서며 전체 수요를 끌어올렸다.
세계금협회(WGC)는 5일(현지 시간) 발표한 2024년 세계 금 수급 통계에서 전 세계 금 수요가 총 4974톤으로 사상 최고치를 보였다고 밝혔다. 치솟은 금 가격과 급증한 거래에 힘입어 금액 역시 총 382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금 수요는 각국 중앙은행들의 지속적인 매입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각국 중앙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순매수량은 전년 대비 6톤(1%) 줄었음에도 총 1045톤으로 집계돼 3년 연속 1000톤을 돌파했다. 중앙은행이 금을 계속 매수했던 2010~2023년 평균(약 550톤)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운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연간 최대 매수국은 폴란드(90톤)였으며 튀르키예(75톤), 인도(73톤)가 그 뒤를 이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간을 2015년 이후 지난 10년으로 벌리면 중국의 매수세가 두드러졌다. 중국은 이 기간 가장 많은 양(1215톤)의 금을 사들였으며 다음으로 러시아(1128톤), 튀르키예(499톤) 순이었다.
WGC에 따르면 주요국 기관들의 금 수요가 늘어난 것은 2010년께부터다. 리먼브러더스 쇼크와 유럽·미국의 금융위기를 계기로 15년 연속 금 매수가 증가했다. 2022년에는 처음으로 연간 1000톤을 돌파했다. 특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달러 자산이 동결되자 신흥국을 중심으로 달러 보유·제재 리스크에 대한 경계가 한층 높아졌고, 이에 무국적 통화인 금으로의 자금 유입이 확대됐다.
세계 정치·경제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 역시 안전자산인 금 구매로 이어지고 있다. WGC가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장기적 가치 보존’ ‘정치적 리스크 부재’ ‘지정학적 다각화’ 등이 금 매입의 이유로 꼽혔다.
달러 집중에 대한 우려 및 이탈도 금 인기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자산운용사 인베스코가 중앙은행 관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절반 가까이가 ‘미국 부채 수준 상승이 금의 매력을 높이고 있다’고 답했다. 세계 통화로서 달러의 지위가 5년 내 하락할 것이라는 응답도 18%로 전년의 11%에서 상승했다.
WGC는 올해도 금의 가치와 수요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금의 리스크 헤지 역할이 부각되면서 중앙은행과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들이 수요를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 들어 금값은 미국발(發) 관세 전쟁과 맞물려 연일 최고치를 갈아 치우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4일(미 동부 시간) 장중 트로이온스당 2845.14달러로 사상 최고를 찍은 데 있어 5일 2867.24달러까지 오르며 또 한번 최고가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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